쉰일곱 번째

by 재인


햇빛이 창문에 틈틈이 맺힐 때

빗방울이 창문에 알알이 내릴 때

햇빛이 맺히던 틈과

빗방울이 내리던 길

사이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오간 이야기들에서 쏟아진 말들은

틈과 길을 채우고

뜨겁고 아련했던 기억들을

창문틀 사이로 빼곡하게 내린다


어느새 말라버려 먼지가 덮고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그것을 슥 쓴다

또 하나의 길이 나고

그 길 사이로 바람을 훅 불어 본다


숨 사이로 흩어진 사이로

나는 다시금 깊이 숨을 들이쉰다

들이쉬고 내쉰다

그리고는 창문에 대고 하-

그 위에 검지 손가락으로 슥 쓴다


먼지 낀 투명 위로

다시

햇빛이 틈틈이

빗방울이 알알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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