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덟 번째

의미의 의미

by 재인


말이 오로지 관념의 결합이고

사진이 실체들의 결합이라면

나는 상상의 말을 타고

실체의 초원을 달려

네모난 프레임에 각인하고

선명히 드러나는 글자를 놓아

모호한 의미들을 만들겠지


나는 그 의미들로

나와 닮은 세상을 만들어

그것에 이름을 주고

물과 해와 탐스런 과실들을 양분 삼아

그것의 갈비뼈에서 태어날

당신의 생각들에게

나의 길고 축축한 혀를 날름이겠지


나와 당신의 세상은 찢어지고

그 사이엔 불길이 돌아

언제까지고 맞닿을 수 없게 되겠지


그러니

나는 반드시 죽어야 하고

관념의 먼지가 되어

이제 당신의 날름거리는 혀가

나의 먼지를 먹고

그것은 또 하나의 말이 되어 토해지고


토해진 세상은

다시 네모난 곳에 갇히고

의미의 의미의 의미의

그러니

신은 이렇게 말하지

너 어디에 있느냐고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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