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세 번째

by 재인


길고 긴 낮을 지나 까마득한 시간에 다다라

기억의 물결이 밀물처럼 들어오는 그곳에서

나는 내 그림자를 기웃거려 보지만

짙은 어둠이 그림자를 삼키고

나만이 짐작하는 그림자 위로

기억이 사르륵 찰랑 거린다

오로지 살갗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그곳에서

나의 모든 숨구멍들이 일제히 가는 숨을 토하고

그것은 물살에 녹아 스르륵

한동안 흘려보내다

점점 썰물이 되어가는 그곳에서

언젠가 푸석해지고 먼지가 되어 흩어질

말라가는 생을 밟으며

다시,

까마득한 시간에서 길고 긴 낮으로 향한다

정수리에 꽂히는 빛의 화살이 피 한 방울 흐르게 하고

그 피는 나의 그림자가 숨어든 땅으로 스며든다

길고 긴 낮을 지나 까마득한 시간에 다다를 때

피를 딛고 일어설 나의 그림자는

또다시 머리를 기웃거리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