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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한 번째

그러므로

by 재인


사어(死語)를 보다

사어(思語) 하다


나는 깊은 언어 속으로 들어가

너를 꺼내어

축축한 물기를 닦아내고

내 혀끝에 걸어놓고 바짝 말린다


혀끝에 걸린 너는 죽었을까

아니 살았을까

너도 나도

육화한 언어인 우리는

나는 메마른 너를 보며 너를 그린다


사랑엔 현존이 필요 없다지만

그 필요 없음을 위해

너는 내 앞에서 태어나야 했고

나는 그런 너를 생각하고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너는 언제 죽을까

너는 언제쯤 죽은 언어가 되어

알아들을 수 없을 외딴 세계가 될까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듣지 않는


오로지 나는 생각만으로 널 불러내고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 존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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