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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단상 두 번째
일흔 번째
재와 다이아몬드
by
재인
Jul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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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어떤 도시들은 가득한 불길에 휩싸여 안에서부터 타올라 지상에서 사라져 버렸지
온전하고 완전하게 사라진 것은 아닌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세기 힘들 만큼의 세기를 지난 내가 알고 있어
그들은 알았을까 그날이 자신들이 재가 될 날이란 걸 재가 되어 자신들의 도시가 세워진 사막의
한 톨 모래가 될 것이라고 그날 알았을까
생의 불안이란 그렇게 무지하고 무심하게 서있었지만
.....
몇몇 이들만 서둘러 그곳을 떠나갔고
있던 자리를 잊지 못해 뒤돌아
보
다
짜디짠 눈물이 되어 씁쓸하게 굳어 버렸어
오르페우스는 왜 뒤돌았을까
삶에서 죽음도 아닌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그 길에서
에우리디케를 향해 뒤돌았을 때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다시 잃을까 두려웠을까
그에게서 생의 불안은 무지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채
그의 얼굴을 돌려 다다를 빛이 아니라
다다른 빛을 보게 했어 한때 자신의 멜로디를,
불안은 그렇게 강한 힘으로 다다른 것들을
멜로디를 사랑을 삶을 죽음으로 보내버리고 말지
뒤를 돌아보다 굳어 버리고
뒤를 돌아보다 다다른 것들을 보내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일말의 떨림도 없었다면
굳어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무엇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시 뒤를 돌아보겠지
수많은 찰나들 속에서 수없이 되돌아보며
불안에 내 전 존재를 던져 버리겠지
재가 되어 사막의 한 톨 모래가 되고
처연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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