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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두 번째

야곱의 사다리

by 재인


수년 혹은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별들 앞에

나의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더 이상 쌓을 게 없어 텅 비어 버린 자리들을 보며

주저앉아 소리 없이 울어버리고 말았지

어떻게 해도 내 시간으로는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해도 나의 것으로는 다가설 수 없을 것을 알기에

그저 주저앉아 쌓아 놓은 시간들을 허물어

내 품에 그대로 안고 거기에 얼굴을 적셨지


눈에 스며든 시간들은 나의 깊은 곳으로 흘러가고

나는 그것들을 손끝으로 혀끝으로 다시 흘리고

다시 별들을 향해 차곡차곡 쌓겠지

그리고는 다시 -

또다시


그러다

나는 신과 대적할 수 없는 사람이니

다치지도 않을 내 여린 뼈들을 문지르며

검은 하늘에 내 눈물을 흩뿌리고

나의 시간들로 하나씩 붙여서 별인양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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