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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세 번째

딛다

by 재인


나는 단단한 거짓을 발판 삼아

그것을 꾹꾹 눌러 딛고서

앞을 향해 몸을 던졌지

두 발을 지면에서 동시에 띄우고

나는 그 순간 잠시 공중에 떠있었지

어디에도 착지하지 않았어


내 몸은 먼지를 일으키며 땅에 떨어졌어

이제껏 내가 무엇인가를 던졌지만

나는 그 소리들을 들어본 적이 없어

사전에 나오는 온갖 의성어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털썩 텅 퍽

내 몸은 어떤 소리를 냈을까

나는 그저 너무 아팠어

눈물이 찔끔 났어


내 입속엔 말들이 찔끔 새어 나왔어

나오려다 내가 가둔 말들은

그제야 비릿함을 입고서 흘러나왔어

말들은 먼지와 한데 뭉쳐진 채

바람에 이리저리 데굴데굴

그렇게 데굴데굴 네 발 앞에 멈추고선

위로위로 너의 입가에까지 피어올랐지


너는 한 잎을 똑 따서 훅 불고서

내 입에 떨어뜨렸지

이것이 우리의 사랑일지도 몰라서

나는 목구멍 깊숙이 밀어 삼키고

그대로 눈을 감았지

감은 눈에 희미한 빛이 동그랗게 떠오르고

내 눈이 차오를 때까지 그대로 가만히


단단한 내 거짓은

그 안에 물러진 내 말들에

그대로 서 밟고 있어 줘

여기에서 나를 딛고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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