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순간

by 재인


Verweile doch! Du bist so schön!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파우스트 박사의 외침이다. 앞뒤로 말이 더 있지만 대개 저 부분만 인용된다. 그리고 독일어 Verweile doch! Du bist so schön! 의 영문 번역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Abide, you are so fair! 를 좋아한다. 영문학이든 독문학이든 전공하지도 그쪽과 관련한 일을 해본 적도 없지만 abide와 fair가 주는 단어의 느낌이 파우스트가 쓰인 시대적 배경이나

파우스트가 문학 작품이란 것을 고려했을 때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abide와 fair에는 둘 다 옛글투란 표시가 있고 fair에는 문예체란 표시도 있으며 아름다운이 아닌 어여쁜이란 뜻이 있다. 그러니까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보다는 멈추어라, 너 정말 어여쁘구나!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멈추어라, 너 정말 어여쁘구나


아름답다에 비해서 어여쁘다에는 왠지 애틋함이 더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어여쁘다가 아름답다보다 더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겠다.

멈추어라라는 말을 하는 대상엔 애틋함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


검정치마의 Ling Ling 이란 노래엔 이런 가사가 있다.


'Ling Ling 이건 한 줌 모래야 / 흘리는 순간 떠내려가는 / 원래 그런 사이인 거야'


관계도 무엇도 한 줌 모래일 수 있다.

손 가득 쥐어도 조금만 펴는 순간 다 떠내려가는, 그런.

결국엔 잡았던 손도, 힘껏 쥐었던 손아귀의

무엇도 놓고, 흘리는 순간이 온다.

모든 것엔 다 끝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고 싶고 쥐고 싶다.

그리고 흩어져 지나가버릴 순간에 대고 멈추어라라고 외치고 싶은 것이다. 온 생애의 애틋함을 담아서.


멈추어라, 너 정말 어여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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