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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번째

음악

by 재인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많은 영화들의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되었다. 당장 기억나는 영화라 하면,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이다. <헤어질 결심>에서 이곡은 서래의 남편이 암산을 오를 때 듣는 음악으로, 또한 해준의 상상 속, 서래가 남편을 살해할 때 타이밍을 잡는 음악으로 쓰인다. 또한 서래와 해준의 사랑에 대한 열망과 애석함, 아쉬움이 머무는 장면에도 흐른다. 굉장히 로맨틱한 선율이며 섹시하다고도 할 수 있을, 굉장히 아름답고 '멜랑콜리한', 신비로운 느낌마저 지닌 곡이다. 그리고 듣다 보면 숨 쉬는 작은 소리마저도 아주 천천히 할 수밖에 없는, 몰입도가 아주 높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말러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인 알마에게 바친 곡이기도 하다는데, 음악으로 쓴 러브레터라는 것이다. 당시 빈 예술가들의 뮤즈였다는 알마는 이곡 때문에 알마 말러가 된 것일까. 충분히 그럴 법하다. 어떻게 안 반해?!!




사실 나는 클래식을 듣기만 할 뿐 음악적 지식으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음악이란 건 지식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즐길 기회와 자리를 내어준다. 선율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시각 예술과는 달리(물론 시각예술도 보자마자 와!! 하는 것들이 있지만..) 음악에는 진입장벽이 그렇게 있는 것 같지 않다.

정말 인간은 동굴에 그림을 그리기 전에

과 발로 박자를 맞추며 허밍부터 했을 것이다.

아는 것이 없어도 거기에 빠질 수 있는, 직관적인 예술이 음악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알마는 알마 말러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구구절절한, 혹은 함축된 언어의 시도 멋졌을 것이고 아름다운 그림도 있었을 테지만 음악으로 쓴 사랑 고백만 했을까 싶다.

모든 것들이 단박에 이해되고 납득이 되며 온몸과 영혼이 동시에 반응할 수 있는, 음악은 그런 것 같다.




나는 붕괴되었어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의 대사.

음악은 붕괴와 해체, 결합과 완성을 오가며 사람을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클래식을 말하고 있었지만, 아이돌 대중음악에서 클래식까지, 누군가는 자신의 음악 안에서 붕괴와 결합을, 해체와 완성을 오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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