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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y 28. 2018

13년 전과 지금의 자동차 잡지

여러 상황과 여건이 바뀌었지만 마감이 힘든 건 똑같다

“자! 술 마시러 가자.” 

14년 전, 나는 <자동차생활>에서 주니어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매달 마감 중 하루는 모든 기자가 술을 마셔야 하는 회사였다. 그것도 새벽까지 코가 삐뚤어지도록 퍼마시고 다음 날 시체처럼 아무 일도 못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인데 그때는 그게 낭만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매체가 많아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낭만 비슷한 건 없다. 

올로드를 창간했다가 접기도 했다

뭐 낭만뿐이겠는가. 많은 게 바뀌었다. 우선 편해진 게 많다. 예전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 인쇄용 슬라이드 필름이라는 걸 썼다. 그러니 촬영하고 현상이 될 때까지는 이미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필름이 나오면 돋보기를 대고 좋은 사진을 골라 드럼 스캔을 보내 디지털 이미지화해서 사용했다. 지금에 비하면 시간은 10배, 돈은 100배가 많이 들었다. 

전자지도 시스템과 GPS도 이 일을 하는 데 아주 편한 시스템이다. 길을 찾는 게 쉬워 일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촬영 장소 서칭과 오프로드 탐색을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건 아직도 신기하다.

더 신기한 게 있다. 드론이다. ‘조금만 높이 올라가면 더 멋진 앵글을 잡을 수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하던 순간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상공 수백 미터까지 드론을 날려 조종기로 앵글을 보면서 촬영한다. 지난달 전국을 돌며 드론을 날리고 왔음에도 난 아직도 이런 세상이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두 달 전, 이런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싸구려 드론을 하나 사서 남해까지 갔다가 드론은 저 멀리 산속 어딘가로 날려먹고 조종기만 들고 왔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시간을 쫓는 게 쉽지 않다. 

놀라운 건 이 밖에도 많다. 14년 전에는 전기차 세상이란 먼 미래의 영화 속 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다음 차를 살 때는 전기차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그리고 무인차와 자율주행. 세상이 변해도 너무 빨리 변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드리프트를 하고 힐클라임 경주에 참가하는 시대라니. 어쩌면 나는 미래에 살고 있는 게 건지도 모르겠다. 

아우디 자율주행 경주차

시장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5년은 수입차가 연간 3만 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점유율은 3.27퍼센트. 

그런데 지금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혼자서 6만5000대를 팔아치운다. 수입차 전체로는 지난해 23만3088대의 차가 팔렸고 수입차 점유율은 16퍼센트에 달한다. 12년 전에 비해 수입차 판매량이 24배나 커졌다.

차가 많아져서인가, 자동차 기자도 여간 많아진 게 아니다. 그때는 신차 출시나 시승회 같은 행사에 가면 늘 보던 얼굴들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체는 달라도 서로 소통하며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는 기자가 태반이다. 가끔 아는 얼굴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현대차에서 관리하는 자동차 기자만도 수백 명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인해 매체 만드는 게 쉬워져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지만 14년이 지났음에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마감은 힘들고 지친다. 이 짓을 13년 넘게 하고 160권이 넘는 책을 만들었는데, 마감은 여전히 적응 안 되고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도 신기한 건 어떻게든 책은 나온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닥치면 원고는 써지게 마련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마감은 기자가 하는 게 아니라 마감이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월 참 빠르다. 14년 전에 내가 아직도 자동차 잡지를 만들고 있을지 몰랐다. 2030년은 어떨까? 수소 연료전지차가 스스로 하늘을 날아다닐까? 어쩌면 자동차도 필요 없는 순간이동 기술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14년 전 난 자율주행 전기차를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무엇보다 궁금한 건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다. 그때도 2018년을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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