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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un 03. 2018

썸녀와 오프로드를

단언컨대 루틴한 데이트보다 100만 배 더 짜릿할 것이다

1단계 꼬드기기

썸녀에게 산에 가자고 하면 십중팔구 좋아하지 않는다. 땀나면 화장 번지고 하이힐에서 내려오는 게 부담스러울 테니까. 이때 “차 타고 가요”라는 호기심 자극용 떡밥을 던진다. 그럼 반신반의하며 되물을 것이다. “차 타고 산에 갈 수 있어요?” 여기까지 나왔다면 거의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한 마디면 된다. “네. 차 타고 산꼭대기까지 갈 수 있어요.”

2단계 장소 찾기

자! 어디로 갈지 찾아보자. 원래 오프로드는 안전을 위해 혼자 가는 게 아니다. 따라서 아주 쉬운 곳이 좋다. 어차피 당신의 썸녀는 한 번도 오프로딩을 해본 적이 없으니 어려울 필요 없다. 포털 사이트 지도를 열어 가까운 임도를 찾는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임도는 노면 상태가 좋아 도심형 네바퀴굴림 SUV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가평, 춘천, 양평 정도를 추천한다.

3단계 치밀한 계획

우선 온로드를 최대한 부드럽게 달려야 한다. 특히나 지프 랭글러처럼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는 온로드 승차감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썸녀가 힘들어 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 오르기 전엔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이자. 그러니 그녀 입맛에 맞는 맛집 한두 개는 미리 찾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화장실에 꼭 보내라. 남자는 상관없지만 여자는 산에서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초콜릿이나 커피 등 달달한 주전부리도 준비하자. 몇몇 여성은 당이 떨어지면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4단계 심리적 압박

오프로드에 오르기 전 기대감을 약간 올리는 것도 좋다. “주의를 잘 살펴보세요. 어쩌면 산토끼나 고라니, 때에 따라서는 멧돼지도 만날 수 있어요.” 물론 거짓말이다. 임도는 차가 다니는 길로 이런 산짐승들이 피한다.

신록의 푸름이 절정으로 향하는 계절은 시원한 바람이 꽃 냄새를 그득 품고 있으니 누구나 기분 좋을 것이다. 썸녀에겐 특히 그렇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면서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창을 활짝 열면 안 된다. 나뭇가지가 그녀 얼굴에 상처를 낼 수 있으니까.

썸녀는 쿵더쿵 임도를 재미있어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지루해하는 순간이 생긴다. 뭐든 쉽게 질려하는 여성들이 있는 법이니까. 이때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그녀에게 말한다. “운전해볼래요?” 그녀는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을 할 것이다. ‘무서워, 할 수 있을까? 해보고 싶지만 좀 무서운데, 오른쪽은 낭떠러지잖아.’ 썸녀는 한꺼번에 여러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약간 지루한 상태였다는 잊게 된다. 자! 여기서 썸녀가 운전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 이미 그녀는 운전의 기회 제공자인 당신에게 심리적인 주도권을 빼앗겼으니까.

만약 그녀가 운전대를 잡으면 노면에 따라 운전대가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으니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아주자. 이땐 왼팔에 힘을 잔뜩 주어 힘줄과 잔근육들이 잘 보이게 한다. 위험하지 않으냐고? 여긴 뒤에서 따라오는 차도 차선도 신호등도 없다. 빨리 달릴 이유도 없으니 일반 도로에서 운전 못 하는 여자 연수시키는 것보다 안전하다.  

5단계 칭찬과 보상

운전을 마친 그녀는 자신이 해냈다는 일말의 자부심과 충족감을 느낄 것이다. 이때 아주 중요한 멘트를 날려야 한다. “아주 잘했어요.” 물론 썸녀는 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지금 막 성취감을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 칭찬해주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니까. 이제 당신은 오프로드의 기회와 칭찬의 보상도 해주는 자상한 남자다. 또 칭찬을 많이 해줄수록 그녀는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만약 썸녀가 “다음에 또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면 당신을 계속 만다고 싶다는 뜻이다. 자! 이제 마지막 멘트가 필요한 순간이다. “강원도 정선에 가면 60킬로미터짜리 오프로드가 있어요. 어때요?” 물론 이 말은 1박 2일로 가자는 뜻이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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