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에서 자동차 경주가 시작됐다. 그 첫 번째 경주장은 바로 달이다
달은 이미 인류가 정착할 수 없는 곳으로 판명이 났지만, 인류는 지속적으로 지구 밖 세상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위성인 달. 인간은 969년 달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달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매우 적다. 현재까지 인류는 달에서 39킬로미터밖에 이동하지 못했다. 그것도 인간이 한 것이 아니라 구소련이 달에 보낸 루나로버(Lunar Rover)가 이동한 거리다. 달의 지름이 3474킬로미터이니 우리는 달에 대해 극히 일부분밖에 알지 못한다.
인류가 유인 착륙선을 달에 마지막으로 보낸 게 1972년이다. 무인 탐사도 1976년 이후 없었다가 2013년 중국의 창어 3호가 37년 만에 달에 착륙했다. 37년간 인류가 달에 가지 못한 건 달까지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예산 때문이었다. 국민 세금으로 달에 갔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니 달에 가는 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구글 루나 X프라이즈다. 10년 전 시작된 이 대회는 민간 투자를 유치해 우주 탐사로 생기는 막대한 비용적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대회 방식은 간단하다. 민간이 개발한 우주선과 루나로버를 달에 착륙시킨 후 루나로버를 500미터 이상 이동시켜 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 팀이 우승하게 된다. 우승 상금은 2000만 달러, 준우승은 500만 달러다. 보너스 과제도 있다. 루나로버 5킬로미터 이상 주행, 물 발견, 아폴로 탐사선 등의 잔해물 촬영, 달 뒷면 생존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500만 달러의 추가 상금을 받는다.
대회가 시작되고 최초 참가신청을 한 팀은 모두 34개였다. 그중 16개 팀이 작년까지 경연을 펼쳤고 올해 1월 최종 5개 팀이 선정됐다. 최종 참가팀은 미국의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 인도의 팀 인더스(Teamindus), 이스라엘의 스페이스아이엘(SpaceIL), 일본의 하쿠토(Hakuto), 그리고 다국적 팀 시너지 문(Synergy Moon)이다. 이 다섯 개 팀 중 달에 먼저 착륙해 미션을 수행하는 팀이 2000만 달러(약 230억원) 상금을 갖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있다. 상금이 엄청나게 많은 듯 보이지만 달에 루나로버를 보내고 탐사해 영상을 지구로 보내는 비용은 최소 수천억원이 든다. 즉 1등을 해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달에 가는 이유가 있다. 바로 투자유치를 위해서다.
달에는 우주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산소와 수소 화합물인 하이드록시기가 100만 톤 이상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 미래에 인류는 지구 밖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20년 내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니 석유가 아닌 새로운 연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게 달에 있다는 것이다. 하이드록시기 외에도 여러 광물질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문 익스프레는 최종 후보에 오르자마자 “달에서 금과 백금, 희토류 등을 채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상금보다 많은 45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장 먼저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우주산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이 된다는 뜻임과 동시에 에너지와 광물질 채광산업에서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여러 민간 기업들이 달에 가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고, 구글은 이들의 투자를 돕기 위해 루나 X프라이즈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최종 5개 팀은 이미 그들의 루나로버를 공개하고 달에 보내기 위한 최종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 중 하쿠토의 루나로버가 가장 흥미롭다. 하쿠토 로버의 가장 큰 특징은 아주 작다는 것. 길이와 너비가 고작 5센티미터밖에 되지 않고 무게는 겨우 4킬로그램이다. 복잡한 기계와 전자공학에 강점을 두고 있는 일본은 루나로버를 아주 작게 만들어 여러 개의 로버를 달로 보낼 계획이다. 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버가 소실되더라도 다른 로버가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아이디어로 구글 루나 X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오르게 됐다.
하쿠토 로버의 본체는 탄소섬유로 만들었고 바퀴는 절연체로 제작됐다. 최고 100℃ 최저 영하 150℃에 달하는 달 표면의 극단적인 열기와 냉기를 견디기 위해서다. 동력은 태양에너지를 사용한다. 달엔 산소가 희박해 엔진의 폭발행정을 사용할 수 없다. 태양열을 전기로 전환해 네 개의 바퀴 안에 있는 모터를 돌린다. 즉 인휠(In-Wheel) 방식의 4×4다. 차체가 작아 솔라패널을 많이 붙일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달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라 달에서 하쿠토 로버는 660그램밖에 되지 않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차체엔 4개의 고해상 이미지 센서가 있고 촬영된 이미지와 동영상은 두 개의 안테나를 통해 지구로 전송된다. 또한 비행이 가능한 3D 카메라를 내장해 로버 주변의 위험 요소를 탐지할 수 있다. 이미 하쿠토 로버는 달 표면과 같은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하쿠토는 인도의 인더스와 함께 인도의 우주개발기구 ISRO의 로켓을 함께 탈 예정이다. 문 익스프레스는 로켓 개발 스타트업 로켓랩을 타고, 시너지 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자브라는 회사의 로켓 타게 된다. 로켓 발사 업체들도 모두 민간사업체다.
인간은 오래 머무를 수 없는 달 탐사를 위해 자동차를 달로 보내기 시작했고 그 경주는 이미 시작됐다. 구글 루나 X프라이즈는 지구 외에 펼쳐지는 최초의 자동차 경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