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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un 08. 2018

우리는 차가 하늘을 나는 시대에 살게 될까?

플라잉 카가 자동차 시장의 절대적인 키워드가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엔 이색적인 전시물이 있었다. 에어로모빌(AeroMobil)이라는 슬로바키아 회사가 선보인 비행기였다. 비행기가 모터쇼에 나온 게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전시물은 미래 자동차 환경과 제조사들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모터쇼의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전시물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플라잉 카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비현실적인 ‘허구의 잡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세상이 올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곧 이런 차(아니 비행기인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에어로모빌이라는 회사가 2020년에 플라잉 카를 출시할 예정이다.

플라잉 카의 이름은 회사명과 같은 에어로모빌이다. 납작하고 좁고 긴 동체에 위로는 두 개의 날개를 뒤로 접은 형태다. 앞에 큰 타이어를 끼워 노면에서의 주행성을 확보했다. 차체가 낮아 2.0리터 4기통 복서 엔진을 사용하고 여기에 전기모터가 더해지는, 총 300마력의 하이브리드 동력을 사용한다. 지상에서의 최고속도는 시속 160킬로미터, 비행은 날개를 펴고 차체 뒤에 달린 프로펠러를 돌려 이륙한다. 한 번 주유로 750킬로미터를 날 수 있다. 에어로모빌은 이미 주문을 받고 있다. 판매 가격은 120만 달러(약 13억 5000만 원)다.

우리는 지금 130년의 자동차 역사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내연기관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기가 대체하고 있다. 또 인간이 아닌 컴퓨터가 운전을 하는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인류 역사에서 엔진과 운전자가 없어지는 격변의 시대다. 그런데 미래 자동차 환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변할지도 모른다.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하늘을 날게 되는 시대가 올 테니까.

이런 변화의 조짐은 에어로모빌에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7월, 다임러는 비행 택시를 개발하고 있는 항공기 제작사 볼로콥터(Volocopter)에 2500만 유로(약 332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볼로콥터는 독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기업으로 2011년부터 하늘을 나는 택시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 독일 정부로부터 2인승 헬기 운행 허가를 취득하고 그해 4월 세계 최초로 첫 유인 비행에 성공했다. 내년에는 두바이에 하늘을 나는 택시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토요타도 일본의 플라잉 카 스타트업 카티베이터(Cartivator)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카티베이터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플라잉 카를 상용화해 올림픽에서 성화를 점화할 예정이다. 이미 토요타는 플라잉 카 디자인 특허를 받았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토요타의 기술 특허를 벗어나기 힘들었던 것처럼, 플라잉 카 시장에서도 토요타는 특허를 선점해 시장의 판도와 흐름을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볼보의 모회사인 중국의 지리는 미국의 테라푸지아(Terrafugia)라는 플라잉 카 제작업체를 인수했다. 테라푸지아는 이미 트랜지션(Transition)이라는 플라잉 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지금은 TF-X라는 프로토타입을 제작 중이다. 프로펠러가 달린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비행기 제작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헬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스마트폰을 누르면 집 앞에서 픽업해 원하는 장소에 내려주는 플라잉 택시 서비스를 2021년까지 갖출 것이라 밝혔다.

이처럼 최근 플라잉 카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플라잉 카 시장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앞으로 10년 안에 자동차 제조사들이 플라잉 카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것이라며, 일반적인 상용화 이전에 레크리에이션용으로 제작되고 그 뒤로 군대 및 경찰의 정찰용, 구급 구난용, 항공 택시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라 했다.

물론 플라잉 카 시장이 정착하기 위해선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 하늘을 날기 위해선 비행 면허가 있어야 한다. 소음과 연료 효율성, 공해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더욱 복잡하고 정밀한 항공 통제 시스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음주, 졸음 등 ‘휴먼 에러’로 통칭되는 인간의 과오는 자동차 시대에서도 문제점이지만 플라잉 카 시대에선 더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기 위해선 이처럼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럼에도 플라잉 카가 자율주행 시대 이후의 자동차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주된 이유는 바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다. 5단계 자율주행은 운전대를 비롯해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가 없이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완전 자율 단계가 된다. BMW는 2021년을 5단계 자율주행 원년으로 보고 있다. 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플라잉 카 시대에선 ‘자율비행’ 기술로 진화한다는 것이 플라잉 카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도로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이륙 후에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니 탑승자는 자동차를 비롯해 비행 면허를 소지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휴먼 오류에 따른 사고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플라잉 카 보급을 위한 가장 어려운 숙제들이 자율주행 기술로 해결되는 셈이다.

지금 우리 코앞엔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대가 있고 좀 더 멀리는 플라잉 카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모터, 배터리 기술은 드론 기술과 융합하고,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키워드들의 융합은 자동차를 2차원이 아닌 3차원 세계로 보내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은 인류의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의 시도였지만, 플라잉 카는 그보다 더 큰 교통체계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나는 혁명이 펼쳐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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