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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y 10. 2021

#29. 유튜버의 미래

국내 유튜브 전체 광고 매출 규모가 5조1700억원에 달한다

유명 스타일리스트로부터 시작된 뒷광고 사건으로 온라인 세상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구독자가 많은 유명한 유튜버가 검은색 배경 앞에 나와 머리를 조아린다. ‘내돈내산’이라 당당히 밝혔지만, 결과적으론 기업이나 가게로부터 뒷돈을 받은 광고였던 것에 시청자들이 분통을 터트린다. 인기가 많고 인지도가 높다는 건 시청자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믿음을 상술로 악용했으니 시청자들이 화가 날 만도 하다. 

모 유튜버는 ‘국내 유튜버 중에서 가장 부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화려한 삶 안에 있었다. 수십억원 하는 집에서 수억원대 슈퍼카를 타고 유명인들과 소통하는 삶은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그들은 사이버 세상에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시청자를 속였다.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댓글로 부러움을 표시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동영상을 퍼 나르며 콘텐츠 생산자에게 열심히 광고 수익을 안겨줬던 구독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언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진실을 왜곡한 유튜버들은 사과했지만, 이미 주홍글씨가 깊이 새겨진 그들에게 시청자들은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이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유튜버들이 영상을 지우고 잠적하고 은퇴하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열심히 댓글을 삭제하며 지금의 거친 파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멘탈 강한 유튜버도 있다. 

국내 유튜브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유튜브로 광고 수익을 올리는 채널은 5만 개가 넘고 구독자 수가 10만 명(실버 버튼)을 넘은 채널도 약 5000개에 달한다. 국내 유튜브 전체 광고 매출 규모가 5조1700억원에 달하며, 3년 후에는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속한 증가 속에서 많은 돈이 흘러들었고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돈을 좇은 유튜버들이 철퇴를 맞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있다. 철퇴를 가한 것도 유튜버와 네티즌 수사대였다. 잘나가는 유튜버의 영상 콘텐츠를 초 단위로 쪼개서 주작을 찾아내고 뒷광고 흔적을 잡아냈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영상을 조작해 자극적인 결과를 유도하고, 광고효과를 위해 특정 제품을 노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지자 유튜버들 스스로가 자정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언론이 가세했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공정거래 환경에 악영향을 준 유튜버를 다각도로 비난하며, 그들에게 등 돌린 대중의 반응이 온당함을 성토한다. 사실 언론사에게 잘나가는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 1인 미디어는 자신들의 광고 수익과 협찬 수익을 빼앗아간 불구대천지원수와 같으니, 지금의 상황이 신이 날 만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엄중한 경고를 했다. 9월 1일부터 모든 1인 미디어는 금전적 지원, 할인, 협찬 등의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는 걸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부당 광고를 한 기업도 징역과 벌금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국세청은 1인 미디어 사업자의 성실 납세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버, SNS 마켓 등 일부 사업자는 세무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도와주겠다는 건데, 다른 말로 풀이하면 ‘수익 구조를 철저히 감시해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뜻이다.  

뒷광고를 못하게 됐으니 기업은 유튜브 광고 지출을 줄일 것이고, 철저한 감시 안에서 수익에 따라 세금도 내야 한다. 특히 연간 5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자의 종합소득세 세율이 42% 정도임을 감안할 때,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들은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더불어 시청자들은 이제 거짓과 불법으로 조장된 콘텐츠를 감별해 내는 눈을 지니게 됐다. 이제 수익만 좇는 유튜버는 살아남기 힘들어졌으니,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질적 향상에 힘써야 한다. 이렇게 유튜브가 자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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