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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y 10. 2021

#30. 보수와 진보 사이

관리와 감독을 최소화해 직원들이 창의력을 최대한 표출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의 정치 성향을 보수와 진보 딱 두 개의 이념으로 나눌 순 없다. 하지만 인류는 두 개의 정치이념 사이에서 정쟁하고 타협하며 조직과 단체를 구성하고 이끌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 중도가 없었던 건 아닐 텐데, 중도가 정치이념의 주류가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을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스탠스는 조직을 구성하고 국가를 책임지는 정치 이데올로기로는 맞지 않거나 사회 구성원이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는 자유, 진보는 평등의 기치를 내세운다. 보수는 자유시장경제를 지원해 노동 의욕을 고취하며 시장 활성화(투자)를 이끈다. 그러기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돕는다.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국가는 세수가 줄면서 사회 구성원에게 들어가야 할 복지재원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반면 진보는 사회 구성원 간의 평등을 우선시한다. 빈부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자유로운 시장 경제 체제를 중재하기 위해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기업에 더 많은 책임과 의무(세금)를 지우고, 이 세금은 사회 구성원 간의 평등을 위해 복지비용으로 사용된다. 기업은 더 많은 세금과 기업 활동 제약으로 투자와 노동 의욕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발전이 느려질 수 있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사회적 개념은 국가가 아닌 일반 회사 등의 작은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유의 기치를 내세우는 보수주의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생각해보자. 보수적인 회사는 개인의 사상과 감정, 역량 등이 조직에서 유연하게 표출될 수 있도록 자유 시장 경제 분위기를 조성한다. 구글, 애플과 같은 회사는 출퇴근 시간도 없고 개인 책상도 없다. 규정과 규율이 유연한 사고와 발상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기에 관리·감독을 최소화하면서 직원들의 창의력이 최대한 표출될 수 있도록 한다.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한 회사가 선택하는 방식이다. 

직원을 최대한으로 관리·감독해야 하는 진보주의적 성향을 띤 회사도 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일정 수량의 재화를 생산해야 하는 공장과 같은 직종이다. 모든 직원에게 똑같은 업무량을 부과하고 부과된 업무만큼 급여를 지급하면서 평등을 실현한다.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보다는 공장 전체의 업무 효율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가 뒤바뀐 개념을 생각해보자. 공장에서 직원들을 위해 자율 출퇴근과 함께 지정석이 아닌 자율석 제도를 시행하면 어떻게 될까? 업무 혼란만 가중하면서 생산효율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이 사업의 원동력인 회사에서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감독하고 조금이라도 범위를 벗어나면 제약을 가하며, 수평적 사고와 보편적 판단만을 종용하는 회사는 어떨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며 발전적 방향 모색도 어려울 것이다.   

<모터트렌드>는 지난 15년 동안 자동차 콘텐츠를 기획, 생산, 판매했다. 매달 다른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므로 무엇보다 에디터 개개인의 창의적인 사고와 발상이 중요하다. 최근 2년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어서 새로운 것을 탐닉하는 에디터의 역량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 

태생부터 프롤레타리아인 난 정치적 성향으로 따지면 진보 쪽에 가깝지만, 회사에서만큼은 보수주의가 되려 한다. 에디터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며 더 넓은 세상에서 창의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생산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유연한 사고와 자유로운 발상에서 참신한 기획이 나오고 특별한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게 편집장이 이끌고 지켜야 할 <모터트렌드>의 지속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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