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40, 서울에서 제주까지

스웨덴식 절제, 제주 풍경에 스며들다

by 이진우

제주도의 풍경은 화려하지 않고 절제돼 있습니다. 현무암 돌담길, 억새밭, 평온한 해안도로 그리고 중산간의 푸른 숲길 등 뭍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고즈넉하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제주도를 찾죠. 전 세계에서 김포-제주 구간 비행기가 가장 많다고 하니 한국인들이 얼마나 제주도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숙식했던 곳이 제주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여느 때와는 약간 다른 특별한 여행이었습니다. 볼보 XC40와 함께한 여행이었거든요. 서울에서부터 제주도까지 XC40 타고 갔습니다.

볼보 XC40는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XC40가 한국에 출시되기 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먼저 시승하기도 했고, 한국에 출시된 후에도 자주 시승했었죠. XC40를 시승할 때마다 평온과 안락을 주고 안정감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때문에 이번 제주도 여행에 XC40와 함께하게 됐죠. 차를 오랜 시간 운전해야 할 때는 편하고 안락하면서 운전이 쉬운 차가 좋으니까요.

사실 차를 오래 운전한다는 건 꽤 고된 행위입니다. 사방팔방을 주시해야 하고 손과 발을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며 빠른 생각과 판단, 결정을 해야 하죠. 이런 일련의 행위에 약간의 오류가 생기면 위험한 상황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는 안전해야 하죠. 제가 안전의 대명사 볼보 XC40를 타고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도에 가는 이유이기도 하죠.

내 생각이 맞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XC40는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피로를 줄여줍니다. 앞 스트럿 방식의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게 세팅해 직진 안정성을 높이고 뒤 멀티링크는 승차감을 위해 부드럽게 세팅했습니다. 앞뒤 서스펜션의 세팅이 꽤 절묘합니다. 전반적인 감각은 유럽식 단단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퍽퍽한 느낌은 아닙니다. 잔진동을 잘 흡수하고 쓸데없는 차체 움직임을 만들지 않습니다.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과 승차감이 무너지지 않죠.

4시간 넘게 혼자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XC40의 승차감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승차감이 떨어지는 차를 시속 110킬로미터로 4시간 이상 달리면,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허리와 등이 아프거든요. 그런데 XC40은 하체가 충격을 잘 흡수하고 시트도 편해 통증이 없네요.

이 차는 위안도 줍니다. 볼보는 조용한 브랜드죠. XC40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어를 닫는 소리부터, 도로 위에서의 노면 소음까지 잘 틀어막았죠. 고속주행 시 풍절음은 A필러 근처에서만 살짝 스치는 정도입니다. 엔진 소리도 급가속이나 급출발을 하지 않은 한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숙함에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자리 잡았습니다. 13개의 스피커가 정숙한 실내에 강력하면서도 몰입감 높은 사운드를 채웁니다. 혼자 목포까지 가는 고속도로에서 하만카돈 오디오가 큰 위안이 됐습니다. 이 부분은 오너 만족도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스피커에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XC40는 소형 SUV지만 볼보는 소비자들이 이 차를 넓게 쓰기 바랐습니다. 그래서 도어패널에서 스피커를 떼어냈습니다. 이유는 용량이 큰 페트병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도어 포켓을 넓히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스피커를 떼어내면 사운드 공간감이 떨어지잖아요. 볼보는 하만카돈을 다그칩니다. “도어 포켓에서 스피커를 떼도 좋은 소리를 내도록 해주세요.” 이에 하만카돈은 세계 최초로 에어우퍼 시스템이란 걸 선보입니다. 공기 통로를 이용해 소리를 증폭하는 개념이었죠. 그리고 도어에서 스피커를 떼도 스피커가 13개나 되니 여전히 훌륭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뭍에서 섬으로 차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카페리를 타야 하죠. 저는 목포에서 출발하는 퀸제누비아호를 탔습니다. 목포항에서 새벽 1시에 출항해서 제주항에 아침 6시쯤에 도착하죠. 자동차 선적은 1시간 전에 하니 밤 12시까지는 목포에 도착해야 하는데요. 저는 오후 5시에 일찍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4시간 조금 지나 목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선적하는 건 운전자가 직접 합니다. 배가 커서 어렵지 않습니다. 넓은 지하주차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팁이 있다면 차를 빨리 실으면 하선이 늦어집니다. 순서대로 가장 아래부터 선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늦게 선적해야 가장 빨리 나올 수 있습니다.

퀸제누비아호는 호텔과 비슷하게 여러 룸 형태가 있습니다. 저는 2인실 주니어 스위트(15만원)를 예약했습니다. 룸은 보시는 것처럼 단출하고 깔끔합니다. 대충 세수와 양치질하고 바로 잠자리에 듭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습니다. 배가 커서 출렁이지는 않지만, 잔진동이 계속 올라옵니다. 아마도 엔진 진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주에 도착하니 화창합니다. 배에서의 피곤이 따스한 햇살에 눈 녹듯 사라집니다. 서울과는 다른 또렷함과 청명함에 개안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사진가를 제주 공항에서 픽업하고, 해가 떠오르는 동쪽으로 달립니다. 햇살이 파도에 부서지며 하얀 거품이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렇게 XC40를 타고 조용하고 평온한 풍경 속으로 들어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주도의 풍경은 화려하지 않고 절제돼 있습니다. 과장된 캐릭터 라인이나 번쩍거리는 크롬 없는 XC40의 절제된 디자인은 제주 자연의 순수한 풍경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안에서 고요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XC40 덕분에 목포까지 오는 길은 편하고 안락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환경은 고속도로와는 전혀 다릅니다. 제주도는 생각보다 도로가 좁고, 회전 구간이나 주차공간이 타이트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조천읍, 구좌읍 같은 동북쪽 시골길 구간에서는 큰 SUV가 오히려 불편할 수 있죠. 이 차는 간결하면서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운전이 쉬워야 오래 운전할 수 있습니다. XC40가 그렇습니다. 운전대를 얼마큼 돌려야 차체가 얼마나 회전하는지 예측하기 쉽습니다. 혹여 충돌이 예상되면 차가 알아서 제동을 겁니다. 마음이 놓입니다.

고즈넉한 해안도로를 달릴 때는 높은 시트 포지션이 풍광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더불어 XC40는 위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시야각이 굉장히 넓습니다. A필러를 적당히 눞이고 창도 큼지막하죠. 더불어 천장을 몽땅 뚫어놓았죠. 북유럽은 햇빛이 귀하기 때문에 이렇게 개방감을 높여야 합니다. 이런 훌륭한 개방감이 제주도에서도 위력을 발휘합니다. 파랗고 깨끗한 바다가 한 움큼씩 눈으로 들어옵니다.

쪽빛 바다의 유혹에 중년의 마음이 말랑해집니다. 좀 더 바다에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은 거뭇한 현무암 덩어리와 시멘트는 그 자체로 미끄럽습니다. 여기에 더해 군데군데 해초가 끼어있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길입니다. 그런데 비행기 타고 온 컨디션 좋은 사진가가 사진 욕심을 냅니다. 제 등을 떠밀어 바다에 밀어 넣습니다.

XC40는 AWD가 있습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바닷가 돌바닥으로 들어가라고 만든 시스템은 아니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잘 나아갑니다. 또 노면 굴곡이 심함에도 차체가 털썩이지 않고 부드럽게 나아갑니다. 진입로가 비좁지만 306도 카메라가 있어 드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이제 익숙합니다. 세로형은 360도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보기 편한 형태이기는 합니다. 더불어 여러 메뉴는 볼보답게 단순하고 깔끔합니다. 에어컨이나 주행보조 시스템 등 설정은 몇 번만 눌러보면 금세 익숙해집니다.

실내 구성도 깔끔합니다. 알루미늄, 가죽, 직물, 펠트, 우드 등 여러 천연 소재가 인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과하지 않고 고급스럽죠. 특히 도어 패널에 쓰인 펠트는 소음을 줄이는 기능성에 더불어 감성적으로도 훌륭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웨디시 실용주의와 미니멀리즘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해안길을 따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달립니다. 햇살이 잔물결에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 눈부십니다. 맑은 바람이 귓가를 간질입니다. 이상하게 마음이 말캉거리며 지금이 내 인생의 청춘처럼 느껴집니다. 주책입니다.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변주를 주기 위해 한라산 근처까지 올라가 봅니다. 제주도는 바다도 좋지만,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죠. 오르막에 꼬부랑길이 섞인 1100도로는 달리는 맛을 주는 재미있는 길입니다.

XC40는 직렬 4기통 2.0리터 엔진에 터보를 붙여 최고출력 197마력에 최대토크는 30.6kg.m를 냅니다. 그다지 높은 출력은 아니지만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붙여 출발과 가속할 때 힘을 더합니다. 덕분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초반 응답이 꽤 빠릅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70~80km까지는 가볍고 부드럽게 속도를 붙입니다. 특히 중속 영역에서 터보 엔진임에도 회전질감이 매끄럽습니다. 회전수를 높이면 약간의 거친 숨소리를 내지만, 의외로 기분 좋은 톤입니다.

8단 자동변속기도 엔진과 비슷합니다. 빠른 반응과 더불어 조용하고 부드럽습니다. 오르막길에서 가속할 때, 3단에서 4단 넘어가는 구간의 연결이 자연스럽습니다. 착착 감기는 느낌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유연하게 변속합니다. 급하게 달리기 종용하게 아니라 설득력 있는 속도감을 유도합니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쪽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거의 36시간 동안 못 자고 달려온 여정의 끝에서, 남은 건 피로가 아니라 이상하리만치 단단한 충족감이었습니다. XC40는 내내 묵묵하고 든든했습니다. 장거리 운전에서 중요한 건 폭발적인 성능보다 사람을 배려하는 세심한 디테일입니다. 볼보 XC40는 그 점에서 아주 훌륭했습니다.

편안한 승차감은 운전자의 집중력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도와줬고, 정숙하고 고요한 실내는 긴 시간을 혼자 보내는 데 큰 위안이 됐습니다. 바다도, 산도, 골목길도 가리지 않고 조용히 제 페이스를 지켜준 차. 덕분에 이번 제주도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오랜만에 진짜 ‘쉼’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볼보 XC40는 이번 제주 여행의 진짜 동반자였습니다. 단순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차가 아니라,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호흡하고, 마음을 나눈 존재였죠. 자동차는 결국 사람을 태우는 기계라고들 하지만, 어떤 차는 그저 이동 수단에 머무르고, 어떤 차는 사람의 마음까지 조용히 어루만집니다. XC40는 분명 후자에 속하는 차입니다. 고요하게 속삭이듯 달리고, 단단하게 길을 붙잡고, 매 순간 예측 가능할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운전자의 실수마저 넉넉하게 감싸주는 너그러움이 있습니다. 어쩌면 볼보 XC40는 '이동'이 아니라 '동행'을 이야기하는 차인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또 긴 여정을 떠난다면, 주저 없이 다시 이 차와 함께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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