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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누구에게나 가능한가?

저탄고지는 사회경제적으로도 힘들어

by 에피

건강과 체중 관리에 있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널리 알려진 방법 중 하나다. 정제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 중심의 식사를 통해 혈당을 안정시키고 체지방을 줄이는 효과는 다양한 연구에서도 입증되어 왔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 방식이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실현 가능한 것일까? 나는 직접 저탄수화물 식단을 실천해 보며, 이 방식이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깨닫게 된다. 고기, 생선, 달걀, 견과류, 아보카도, 치즈 등 탄수화물이 적은 식재료는 대부분 비싸다. 반면, 밥, 밀가루, 국수, 감자, 빵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재료는 훨씬 저렴하고 대량 구매도 쉽다. 당연히 매일같이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꾸리려면 식비는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이를 꾸준히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사회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 식량 생산 구조는 탄수화물 중심이다. 밀, 쌀, 옥수수는 세계 3대 작물로, 인류 대다수의 칼로리 섭취를 책임진다. 반면, 단백질과 지방 식품은 생산량도 적고 환경 비용도 높다. 육류 생산에는 곡물의 몇 배에 달하는 물과 사료가 필요하며, 탄소 배출량도 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단백질 중심 식사’를 전 인구에게 권장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무리가 따른다.


결국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지속 가능한 식이요법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계층만이 실천할 수 있는 ‘특권적 다이어트’에 가깝다. 상위 사회경제 계층은 유기농 육류, 고급 오일, 신선한 채소와 단백질 보충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여전히 가장 저렴한 칼로리인 탄수화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비만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한편, 이러한 식생활의 격차가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단순히 ‘건강한 삶의 방법’으로 포장하기보다는, 그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 사회경제적 함의를 함께 성찰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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