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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 Sep 13. 2024

사랑받기보다 사랑하는 것이 능력의 지표가 되길

20-30대 여성 정신건강과 자살에서 사랑하는 능력의 의미

지난 신경정신역학 연구방법론 수업에서, 최근 급증한 20-30대 여성의 자살이 무엇의 문제인지 토론하였다. 잘 알려져 있듯, 젊은 연령의 여성들의 자살률은 최근 몇 년간 급증하였다. 2019년에는 20대 여성의 자살이 전년대비 25.6%가 증가하였고, 2020년에도 16.4% 증가하여 600명 선을 넘었다. 이는 같은 연령대 남성의 증가율(14.5%)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1]


다양한 이야기들이 주고받아졌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단 젊은 세대일수록 날씬한 body image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는 탄수화물을 적대시하고 거의 음식을 먹지 않는 친구들도 많고요. 그런데 이러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은 뇌의 세로토닌등의 호르몬을 만드는 전구체인데, 공급이 안되면 더욱 정신건강이 안 좋아지는 게 아닐까요?"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세대가 어려질수록, 여성의(혹은 남성의) 날씬한 몸이 사람들 뇌리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는 듯하다. 이는 곧 식이장애로 이어이며, 한국에서의 식이장애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반영하는 듯하다. [2] 이런 식이장애는 여성이 남성보다 유병률이 더 높고 여자 청소년의 0.5~1% 가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3] 언젠가 요즘 여자 초등학생들이 아이돌 그룹의 날씬한 여가수를 따라 한다고 학교급식을 거부한다는 이야기도 딸을 통해 들은 적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없을까? 대화가 오가다 다른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여성이란 존재는 항상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교육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남으로부터 어떻게 생각이 되는가,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 어떻게 호감을 받아야 하는가가 중요해졌는데, 그것이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 중에서 좌절되고, 나는 다른 사람보다 사랑을 받지 못해…이런 생각이 들면서 우울과 자살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나는 이 학생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사실 이 사회는 항상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 혹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존재가 이상적이며, 이것은 또한 SNS등의 공개적인 공간에서 좋아요 수 등으로 양적지표화(quantification) 된다. 즉, 성공한 사람이란 항상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목을 “받거나” 사랑을 “받거나” 호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과정에서도, 그리고 가정과 학교에서도 항상 이렇게 사랑을 “받는” 아이들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의미가 없어지고, 작아지고, 초라하다고 생각된다면 들은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집단 따돌림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나는 사랑받지 못해" 혹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라는 생각과 이어진다.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의 인생은 실패한 것과 같다는 사고와 이어진다.


 하지만 나는 이제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사랑을 “받는”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사랑을 “하는” 존재가 되기를 교육받았는가? 사랑받는 사람들의 모습보다 주체적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주목하였는가? 아이들에게 읽히는 많은 위인전들의 삶의 묘사 타인의 시선에서 구성되었는지, 아니면 본인의 시선으로 구성되었는가? 특히 이러한 타자위주의 시선은 사회적으로 이 부분에 더 민감한 여성들에게 더 큰 짐이 되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직 우리 사회의 젊은 여성의 정신건강과 자살에 대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수업을 통해 나도 많이 배웠고, 또 생각할 거리 하나를 더 찾았다. 

사랑받기보다 사랑하는 능력을 우리 사회에서 더 크게 생각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건강한 여성들 속에서 항상 함께 하기를 바란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들의 시선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평가받는 것보다 더 큰 능력이 되어 돌아오길 바란다. 


          

[1]

 https://www.yna.co.kr/view/AKR20210930161600002

[2]

 https://koreascience.kr/article/JAKO200203039782170.pdf

[3]

 http://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category=DIS&medid=AA0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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