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성도 몰라요, 그래도

예쁜 건 알아요

by 제임스
연핑크 튤립 부케 (6).JPG


풀이 더 비싸요

일반적으로 부케는 주 소재와 부 소재를 섞어 만든다. 만약 사진처럼 튤립부케라면, 주 소재인 튤립으로 기본 틀을 잡는다. 여기에 너무 단정하고 심심하지 않도록, 부 소재를 섞어준다. 보통 크기가 큰 주 소재가 비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하늘거리는 저 부 소재들이 더 비싸다. 사진의 튤립 사이 부소재들은, 별거 아닌 듯 사이를 메우고 있지만... 사실 튤립보다 비싸다. 그래서 '꽃 한 송이에 풀 몇 개'라는 주문이 어쩔 땐 '풀 두 줄기에 꽃 한 송이' 붙이는 느낌이다.


왜 비싸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저 여린 친구를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로 판매하기 위해선 모든 것이 조심스럽게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은 '약하고 하찮을수록 비싸다'


20220612 신품종 꽃 (1).JPG


취향의 변화

처음에는 장미나 튤립, 히야신스 같은 큰 꽃들이 좋았다. 점점 꽃을 배우고,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니 하늘거리는 작은 소재들이 참 예뻐 보인다. 얼마 전에 시장에서 만난 사진 속 소재는 특히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한가득 담았다. 사실 멀리서 보고 알았다. '예쁘고 하찮구나, 비싸겠네.' 가까이서 보니 오묘한 색감이 섞여있다. 한 줄기에서 하얀색, 분홍색, 연보라색, 진보라색이 섞여 신기하다. 사진 속 저 자유분방한 모습이 보이는가. 물병에 꼽다가 두 줄기 꺾었다. 향은 그저 물 묻은 풀향인데, 은은한 것이 신선한 느낌이다. 제 모습을 닮아 향도 진하지는 않은 꽃. 더 웃긴 건 이 꽃의 이름이다. '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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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이래요

'신품종'이라며 지금 보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장님. 그렇다.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새로 나온 품종을 일시적으로 판매한다. 반응이 좋으면 꾸준히 나올 것인데, 대부분 초기 가격이 비싸서일까. 새로운 부 소재는 대부분 다시 보기 힘들었다. 우리가 서울 꽃시장을 자주 갈 수 있는 환경이라면, 더 자주 신품종을 만날 텐데. 아쉽다. '신상'이란 말에 괜히 더 예뻐 보이고, 우아해 보였을까. 한 시간을 이 꽃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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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윙스, 스키잔투스

알고 보니 스키잔투스라 하는 일 년생 칠레꽃이라고 한다. '엔젤윙스'라는 별칭이 있는데, 그 느낌을 알겠다. 사랑스러운 천사의 날갯짓을 보는 듯한 꽃의 느낌. 바람에 살랑이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꽃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유도 알 것 같다. 이 작고 하늘거리는 꽃을 키워서 채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정말 이 날 이후로 나는 시장에서 못 봤다. 누가 먼저 사갔던 걸까. 완전히 핀 꽃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몽우리와 잔잔한 잎은 천사가 뛰노는 정원을 표현한 듯한,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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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떤 천사가

수요일인 내일도 시장에 간다. 새벽 일찍 도착하면 어떤 천사가 나를 반겨줄까. 내심 기대하는 것은 하얗고 큰 꽃잎에 속은 살구색과 주황색이 섞인 수선화가 있으면 참 좋겠다. 꽃을 다루는 것이 먹고살기 위한 발악이었는데, 내 삶에 풍요로운 감각과 설렘을 주는 행복이 됐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내 설렘을 공감했다면 어떤 꽃을 떠올렸을까.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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