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면 거덜 나기 때문이다
첫 신혼여행, 아니 부부를 약속하고 함께 온 우리의 첫 여행지. 코사무이에 도착했다. 사진으로 보이는 식물의 광택은 어마어마한 습도를 반증한다. 2시간 넘게 비행기를 처음 타보고, 경유도 처음 해봤다. 생각보다 체질에 맞다. 자주 타고 싶다.
도착하자마자 우린 가이드분의 안내를 받아, 태국 전통마사지를 받았다. 긴 비행의 피로는 전문가의 강한 힘에 찢어졌다. 개운함과 얼얼함을 붙잡고 태국 현지식을 먹었다. 먹는 순간 탁! 하고 받치는 느낌. 아 진짜 태국에 왔구나. 한국식 태국음식을 생각하고 가득 먹었다가, 멈칫했다. 고수, 피시소스, 레몬그라스의 향이 너무 진했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중국 베이징 현지인들이 놀랜 사람 아닌가. 지금 안 먹으면 리조트에서 컵라면밖에 못 먹는다는 이야기에, 씹기 시작했다.
향신료에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콤하고 구수한 맛이 또 생각난다.
이제 리조트로 이동한다. 코사무이 공항에서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인터콘티넨탈 리조트. 가이드님께서는 가는 동안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셨는데, 참 감사했다.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미나게 설명해 주셔서 1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리조트에서 먹으면 맛있는 '야식'을 추천해 주셨다. 이제 우리는 맛있는 과일과 태국 현지 마트에서 야식을 사러 간다. 그렇다. 밥을 먹자마자 '야식'을 사러 간다.
허름해 보이는 저 과일가게, 차에서 내리자마자 끝내주는 달콤함에 매료됐다.
일단 싸다. 한국에서 개당 만원씩 사 먹을 과일들이, 2천 원대. 이것도 코사무이라는 '섬'이라 그렇지 본토에서는 더 저렴하다고 한다. 사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위생은 못하다. 과일의 겉모습 역시 그렇다. 하지만 모두 맛은 확실했다. 한국에서는 못생긴 과일은 '비상품'으로 분류되어 파기되는데, 겉모습보다 맛과 위생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더 많은 '비상품'이 유통되기를.
미리 이야기하자면 과일은 정말 정말 너무 맛있었다.
과즙의 달콤함은 잇몸을 내려앉힐 것 같았고, 향기는 '러블리'라는 단어가 3번 연속 나왔다. 특히 미니파인애플과 망고스틴이 맛있었다. 뷔페에서 만났던 망고스틴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미니파인애플은 껍질 만까 서 통째로 먹는 파인애플이다. 일반 파일애플과 달리 심지를 제거하지 않는다. 한입에 가득 넣고 씹을 때 그 '러블리'함은 아.. '러블리'하다.
아직 리조트까지는 근처도 못 갔다. 그래도 좋다. 나는 3년 된 내 휴대폰 배터리처럼. 순식간에 사라진 내 신혼여행의 시간들을 천천히 조금씩, 글을 쓰며 즐기고 있다. 사진 찍겠다고 길바닥에서 행위예술 하는 남편을, 이해해 준 아내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 다음 글은 리조트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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