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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Mar 06. 2020

MBA 전과 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걸까

    과연 MBA를 전후로 스스로를 굉장히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혹자는 MBA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하기도 하고, 인생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을 경험했다고도 하는데 졸업을 한 지금 나는 예전의 나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직장과 사는 국가 등 나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변한 것 사실이지만, 개인의 고유성을 결정하는 사고의 과정과 사고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같은 강도의 변화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또 느끼는 바가 비슷해도 이를 표현하는 정도가 다르니 내가 경험한 변화의 크기가 그들이 느끼는 변화의 크기에 비해 절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는 없겠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또한 남들과는 다르고 싶은 마음, 자기 계발서에 나올 법한 ‘매우 확신에 찬 자아’의 모습에 약간은 거리를 두고 싶은 바람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MBA에서 보낸 시간이 나의 인생에 가져다준 영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친구들과 커리어, 그리고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생겼으니까. 아래는 지금 생각나는 몇 가지이다.


    먼저, MBA를 통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머리로만 생각하다 매우 ‘그럴듯한’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목표를 접어버린 것이 아닌, 실제로 입학을 준비하고 과정을 수료해 졸업을 할 수 있었음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누구나 가는 과정이 아닌 내가 선택한 과정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다음으로, 커리어 체인지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로펌에서 특수한 업무를 담당했었기에 곧바로 원하는 Region, industry, function에서 일하기에는 매우 요원한 일이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없기에 장기간을 두고 보았을 때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달성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 남은 여정이 많기에 ‘필연적’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MBA 덕분에 원했던 지역(싱가포르)에서 그리고 Tech 산업에서 종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다름’에 대한 태도가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일평생을 거의 한국에서만 보낸 나에게 인생에서 조금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준 것 같다. 각 개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 그리고 목표가 다르다는 사실을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완전한 변화는 아니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변화란 항상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닌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새 찾아오는 거니까.  여전히 연약하며 작은 선택 앞에서 많이 고민하고,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하며 반성하지만 이 또한 나를 성숙하게 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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