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이해돼도, 자기기만은 어려워
가끔 골프를 치다 보면 사람의 다양한 면모에 대해 알게 된다. 4~5시간이나 되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때문인 것도 있고, (골프만의 유일한 점은 아니지만) 가끔은 평소 실력이라는 것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유독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기가 많기 때문인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스포츠 경기와는 다르게 스코어를 스스로 계산해야 하는 방식 때문인 것 같다.
많은 라운딩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보았던 사람들 중에는 골프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예를 들면 본인의 샷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시간을 지체하는 등)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경우도 보았고, 스스로의 실망스러운 샷에 화가 난 나머지 들고 있던 채를 바닥에 내리꽂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나이가 많은 성인들임에도 이런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되면 사실 그 사람 자체의 매력도가 확 떨어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동시에 혹시 나는 골프 멤버로서 다른 이들에게 비치는 모습이 어떨지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경기에 너무 열중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 것을 잠깐 잊어버릴 수도 있고, 또 가끔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샷들에 화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매너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본능적인 감정을 얼마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꽤 사회적 연기를 잘하는 편이라 화가 나거나 속상해도 남들이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않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나를 보고 '매너가 있다'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본성이 착하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모습들이 때론 '만행'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솔직히 우리 모두 그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니까. 하지만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은 본인의 스코어를 고의적으로 다르게 (더 좋게) 세는 행위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남들에게 너무 못 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싶어서'가 아닌, 스스로가 진짜라고 믿는 스코어를 거짓으로 세는 행위이다. 예를 들면 100개를 쳤는데, 90개를 친 것처럼 기록하고, 그것이 본인 점수인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심지어 골프 레슨을 받기 위해 코치에게도 90개를 자신의 점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위인데, 체면을 위해 남을 속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기 싫은 방어 기제가 너무 과한 나머지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도 작동한 것일까? 그렇다면 현실을 살아갈 때 수많은 받아들이기 싫은 객관적 진실들을 마주해야 하는 데, 그럴 때마다 그렇게 행동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아무리 우리 모두 왜곡된 시선으로 왜곡된 세계를 살아간다지만, 적어도 골프 스코어처럼 명확히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마음 편하게 받아들여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어떤 지 제안해주고 싶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하나씩 객관적 진실을 받아들이다 보면 더 많은 기회가 펼쳐질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