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예능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태계일주 네팔 편을 보다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 다행히 옆에 앉은 이름 모를 승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식사도 거르고 잠을 자느라 내 모습을 들키지 않았다.
무엇이 그렇게 감동스러웠는지 생각해보면, 기안84가 현지에서 만난 네팔 친구들과 나누는 마음, 그리고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듦을 넘어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된 그들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방송을 떠나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기안의 마음—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주지는 못하지만, 단 몇 시간이라도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진짜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항상 더 갖고 싶어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찾아왔다.
그동안 여행 프로그램에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실제로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방구석에서 보며 느끼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끔 하는.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출연진들끼리의 에피소드나 스치듯 지나가는 현지인들과의 가벼운 소통에 머물렀다. 반면 이번 태계일주는 현지의 삶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분명히 달랐다.
처음에는 단순히 식당에서 만난 현지인들과 몇 마디 대화하는 것으로 끝날 것 같았다. 쉐르파들이 옮기는 짐을 함께 옮겨보겠다고 했을 때도 그저 ‘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고산지대 좁다란 길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함께 짐을 나르며 보여준 서로에 대한 배려는 분명 진짜였다. 이 편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화려함과 사치는 오히려 흔하다. SNS 속 몇 번의 클릭만으로, 예전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했던 최고급의 음식과 소재, 엄청난 부와 성공의 단편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덕분에 나의 평범한 일상과 비교하며 괴리감을 느끼는 일도 잦아졌다. 예전 같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것들을, 이제는 누구나 전 세계에 공개하고 동경의 눈길을 받으니 말이다. 그래서 부족함이 없으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긴 것 같다.
‘자연스러움’과 ‘진짜’의 모습을 태계일주에서 오랜만에 본 것 같다. 더불어 다시 한 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시간이었다. 무엇을 하면 좋을 지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