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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Dec 30. 2023

바울을 읽다

로완 월리엄스 지음, 손승우 옮김, 바울을 읽다. 비아

저자소개

로완 윌리엄스. 1950년생. 104대 캔터베리 대주교. 웨일스 태생. 케임브리지 대학교 크리스트 칼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57년에 박사학위를 옥스퍼드 대학교 위덤 칼리지에서 러시아 신학자 블라디미르 로스키에 대해 공부하여 받음. 1957년에 성공회 사제서품을 받았고, 신학자이자 몬머스의 주교, 웨일스 대주교,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 옥스퍼드대학교 레이디 마거릿 교수로서 살았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England) 사람이 아닌 성공회 주교로서 세계성공회공동체(Anglican Communion)를 이끄는 캔터베리 대주교로서 살았고, 인문학 강의인 기포드 강연, 케임브리지 대학교 모들린 칼리지 학장으로 살고 있다.(앞날개의 저자 소개)



기도와 학문

로완 윌리엄스 전 캔터베리 대주교가 쓴 《바울을 읽다》(손승우 옮김, 비아)를 읽었다. 비아는 성공회 교우인 민경찬(니고데모) 교우가 편집장으로 일하는 성공회 출판사이다. 대한성공회의 기관지인 《성공회신문》1면에 여름휴가동안 읽을만한 기독교 서적들을 민경찬 편집장이 소개한 글을 읽었고, 복 있는 사람에서 이달의 신학자 온라인 강의를 할 때에-당시 인기가 대단해서 필자도 오프라인 강의를 듣지 못하고, 온라인 강의를 들음-로완 윌리엄스의 영성은 기도와 세례(성사, 성례전)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복 있는 사람에서 펴낸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Being Christian), 비아에서 펴낸 교부 이야기인 《사막의 지혜》를 쓸 정도로 그리스도교 전통에 천착하는 깊은 영성은 하느님과의 사귐, 그리스도와의 한 몸을 이룸을 기도와 세례로써 함에 있다. 그러한 사귐에서 나오는 깨달음을 글로써 옮겨 쓴 글이 《바울을 읽다》를 비롯한 로완 윌리엄스 전 캔터베리 대주교의 글모음이다.



로완 윌리엄스 전 캔터베리 대주교가 생각한 사도 성 바울

《바울을 읽다》도 사도 성 바울의 삶과 사상을 신부님이나 주교님이 교우들에게 설교를 하는듯한 평이한 구어체로써 설명하고 있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린다면, 대신학자의 삶과 사상을 말하는 두려움으로써 쓴 글이다. 로완 윌리엄스 전 캔터베리 대주교의 사도 바울 이해는 다음과 같다.

∙ 유대교 신학을 가믈리엘 랍비에게 배운 지식인이다. 가믈리엘은 그리스도교가 태어나자 인간에게서 났다면 소멸할 것이요, 하느님에게서 났다면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산헤드린 의회 곧 유대인들의 자치의회의 그리스도교 탄압 중단을 요구한다. 급진이나 과격보다는 합리성을 강조하는 온건한 랍비인데, 문제는 사도 바울의 성격은 과격이었다. "교수는 온건한데, 제자는 그 반대일 수 있다.". 그래서 사도 성 바울은 대사제의 편지를 받아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그리스도를 뵙고 이방인의 사도가 된다. 그때 그리스도가 한 말씀이 "사울, 사울, 너는 왜 나를 핍박하느냐?"이다. 로완 윌리엄스는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공동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교회가 탄압을 받음은 그리스도를 탄압함과 같다는 연대의식을 성 루가는 기록하고 있다.

∙ 문학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로써 교회의 공동체로서의 성격을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천병희 옮김, 문예출판사)에 의하면, 은유는 비슷한 사물을 들어 설명하는 비유법을 말한다. 사도 바울은 교회를 몸에 비유하는 은유법으로써 공동체임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교회에서는 교우들이 서로를 믿음의 동지로서 존중하고 염려한다. 그런데 교회는 도덕이나 윤리가 온전하지 못하다. 실제 잉글랜드 성공회의 주교 한 분이 엄격한 개신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성공회 신자가 된 이유를 사도 바울이 사목서신을 보내어 소통을 한 고린토 교회가 윤리에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덕이나 윤리가 온전한 것은 아니지만, 세례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부활함으로써 그리스도와 공동체로서 일치를 이루며, 성령께서 베푸시는, 하느님이 그분의 자녀로서 존중하시는 사랑 가운데서 살아가는 공동체가 교회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도 바울이 교회라는 뜻으로 쓴 헬라어 에클레시아(라틴어로는 Ecclesia)는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또는 아테나이 시민들이 사회공동체의 문제들을 토론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치공동체를 뜻하는 정치용어인데, 사도 바울은 이를 차용하여 교회의 공동체성을 말하고 있다.

∙ 노동하는 노동자였다. 부모 세대에 다르소 또는 타르소가 로마제국으로부터 시민권을 받았으므로 사도 성 바울은 로마시민이라는 특권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로마 시민은 제국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권리이다. 실제 그는 부당하게 국가폭력을 당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로마시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여 제국의 공무원들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기도 할 정도로 강단짐을 보인다. 그의 부모는 살림살이가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근본주의자들인 사두가이파들과 달리, 부활 사상을 받아들일 정도로 율법 해석이 유연하고, 모세가 전한 율법을 실천하고자 하는 경건한 유대교 신학인 바리사이파 전통 안에서 자란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브리스킬라와 아퀼라 부부와 함께 천막을 만드는 노동자로서 살았다. 신학자인 정승우가 쓴 《인류의 영원한 고전 신약성서》(아이세움)에 의하면 가죽을 가공하는 노동자였다고도 한다.

∙사도 바울이 살던 고대에는 종교는 개인의 양심이나 사상이 아닌 공동체의 사상이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으로써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조선 후기의 천주교 신자들이나 일제강점기 말에 신사참배 문제로 일제와 갈등을 겪은 개신교처럼 사회공동체, 식민주의(제국주의)와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그의 복음은 사회혁신으로 어어졌다. 그는 성공회 신자로서 노예제도 폐지를 위해 투쟁한 윌리엄 윌버포스 국회의원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을 대표하여 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토론함으로써 법과 제도를 바꾸는 정치가는 아니지만, 오네시모를 형제라고 부름으로써 노비를 교우로서 존중한 평등사상은 계급사회인 로마제국을 흔드는 혁명이었다.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온전히 본받는 제자였다. 필립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주장한 사도 바울의 그리스도론은 성육신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처형이라는 죽임에까지 하느님께 온전히 따름을 하셨다면, 교회도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온전하게 본받을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를 성부와 성자라고 읽고 있으므로 삼위일체(Trinity)라는 말이나, "성자는 창조되지 않고 성부와 일체시며', '성령을 믿나니 성령은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오시며, 같은 경배와 영광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라는 니케아 신조와 같은 교리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삼위일체로써 그리스도론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자신만의 신학을 주장한 신학자이기도 하다.



사순절 기간 동안 성서를 읽고 기도하기

마지막으로 로완 윌리엄스는 사순절 동안 그리스도를 온전하게 따른 사도 바울의 삶을 묵상하도록 기도문과 성서정과를 부록으로 쓰고 있다. 기도와 독서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기도로써 성 삼위일체 하느님과 사귐을 가지며, 독서로써 지성을 살찌울 때에 우리가 깨달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다. 필자가 눈여겨보는 부분은 표지이다. 원제는 meeting god in paul이다. 사도 바울 안에서 하느님과 만남이다. 그런데 한국어 제목은 《바울을 읽다:로완 윌리엄스의 바울 서신 읽기》이다. 바울 서신을 읽음으로써 바울이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고자 하는 성공회 성직자의 헤아림을 함축한 원제이고, 우리말로 옮긴 제목이다.

2023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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