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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Jun 01. 2024

《한비자》를 아침에 다 읽다.

법치주의와 조직을 다스리는 기술을 말하다.

《한비자》를 아침에 다 읽다. 

5월 한 달 동안 820여 쪽이나 되는 벽돌책을 읽다니 굉장한 꾸준함이다. 한비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소국인 한나라의 서자 곧 멸망한 왕족의 후손이며, 자신이 살아간 춘추전국시대를 있는 그대로 읽은 사람이다.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두루뭉술한 인의가 아닌, 뚜렷한 정치철학을 주장한다. 그는 누구나 법의 지배를 받도록 하는 공평한 법치주의, 업무능력 및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함, 경제적 보상을 넉넉히 하여, 누구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 국부의 기초인 노동을 존중하고 정직한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써 부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노동을 장려함, 빈부에 따라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누진세(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한다는 윤석렬 행정부의 세금 정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 한비자는 빈부에 따라 세금을 내도록 할 때 공정한 사회라고 했는데, 공정을 말하는 윤석렬 대통령의 논리와 반대인 모순이라고 비판하는 생각이다), 죄형법정주의(법을 어겼을 때에만 형법으로써 처벌해야 한다.), 군주를 속임으로써 사리사욕을 꾀하는 간신을 멀리함 등의 대안을 주장한다. 

이렇듯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두는 논리를 펴는 학자인 한비자는 문답형식으로써 법가를 주장함으로써 유가와 묵자의 사상을 현실과 동떨어진 사상이라고 비판한다. 그가 국가에 해로운 학문을 비판할 때, 문학(文學, 경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말을 써서, 인문학을 멀리하라는 말인 줄 틀리게 알고, 이탈리아의 금융자본가인 코스모 데 메디치가 부친의 뜻에 순종하여 금융업을 경영할 때, 학자들과의 토론 및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공부로써 왜 인문학을 배웠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항변을 했는데, 꾸준히 읽으니 사회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을 비판함이었다. 유가를 주장하는 학자는 그 자신이 쟁기를 손에 쥐지 않고, 노동을 말한다는 비판이 그의 생각을 함축한다. 더구나 한국어와 문장구조가 다른 중국 글자인 한문을 우리글의 문장구조에 맞게 번역하고자 노력하신 김원중 교수님의 번역 실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간결하고 술술 읽히는 문장 덕분에 독서를 진지하게 한 필자의 경험을 생각한다면, 한비자 자신이 뛰어난 문학가이고,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을 근거로 정치철학을 주장한 철학자이며, 중국의 고대 역사를 근거로 논리를 펴는 역사학자인데 인문학을 멸시할 리 없다.

2024년 6월 1일 (토)

추신 : 늦게나마 독서모임에 참여하였다. 하얼빈을 읽고 자세히 발표자료를 만드신 한복희 님의 노동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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