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는 쩨쬬를 좋아해> 6화
2022. 2.25. 금 ~ 28. 월 여수여행
금오도를 다녀와 카페에서 퀘사디아와 레몬티를 마시며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 즐길 건 즐기고, 마흔이 되었는대도 아니면 아닌 거지"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쩨쬬가 좋다면 결혼을 할 생각이 있다. 그러나 쩨쬬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쩨쬬는
"판단이 서게 되면 같이 살까? 하고 너에게 물어볼 거 같아"
난 무작정 기다려야 하나? 그때 가서 쩨쬬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건가? 그리고 내가 아닐 수도 있다. 겪어보니 '너와 평생 살기는 힘들 것 같아'하고 말이다.
2022. 3. 4. 금. 흐리고 쌀쌀
쩨쬬와 살면 안정감을 느끼겠지만 편한 건 아무래도 혼자일 때다. 나를 질타하는 소리를 버틸 수 있을까? 문득 헤어짐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언젠가 이별통보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 결국 제 짝을 찾아갈지도 모르겠다는...... 그때의 내가 좌절하지 않게 슬프지 않게 비참하지 않게 나를 아끼고 보듬어야겠다는 생각...... 가끔 나 스스로를 비참하고 슬픈 존재로 여겨 아련함을 느끼려는 이상한 행위가 있다. 눈을 좀 부치자 다리가 무겁고 나른하다.
2022. 3. 5. 토. 미세먼지
다가오는 내 인생 무슨 이야기를 쓰고 기억하며 살까? 전쟁, 자연재해, 기후위기,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얻어 그에 따른 보상은 돈인가? 돈을 버는 것에 있어서 대게는 고통이 수반될까? 그 고통은 직장생활과 인과관계없이 그저 개인의 담대함에서 오는 차이일까? 갑작스러운 가족의 부재 등으로 인한 슬픔과 고통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회의감...... 막연하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나 보다 이렇게 발설하니 연애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실로 하찮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연애를 통해 느끼는 감정은 나 스스로 감내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2. 3. 7. 월
칼과 방패 & 칼과 칼
꿈이 있고 열정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어 옆에서 보고 있으면 멋있고 본보기가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친구 P의 와이프가 SNS에 올리는 남편의 도시락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며 P는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섹시한 아내의 모습과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상 둘 중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건 어느 쪽일까? 요즘 육아문제가 화두인데 여성이 아기 보는 걸 너무 좋아한다면 가정을 수호하는 칼과 방패가 되어(가사분담이 되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겪는 육아, 가사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가정이 화목하지 않을까?......라고 쓰고 보니 가사, 육아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떠넘긴 남자상이 되었구먼 이런 의미의 글을 쓰려던 게 아닌데...... 남녀불문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아기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는 게 그것도 하나의 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2022. 3. 12. 토. 봄비
못 참고 육지로 갔다. 파마를 하고 24시간 동안 머리를 감지 못한 쩨쬬를 만났다. 본인은 아줌마 같다며 웃었지만 내가 보기엔 예쁘기만 하다. 머릴 잡아보니 숱도 적어졌고 제법 가벼워져 편하겠다. 순대국밥 집에 가서 한 그릇 뚝딱하고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는 혼돈스러운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커피와 딸기우유를 마셨다. 쩨쬬의 다리가 내 허벅지 위에 올라왔고 나는 쓰담쓰담, 청바지 속으로 종아리를 조물조물하며 지도를 보고 얘길 나누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찾아보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순대국밥집 대기할 때 비가 내렸었다. 잠시 둘이서 하나의 우산을 쓰고 산책을 하다 쩨쬬가 우산을 든 나의 팔에 팔짱을 끼고 걷던 순간, 그 '순간'들이 소소하면서 소중하고 쩨쬬가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방금 전까지 옆에 있었는데...... 라며 자신의 옆구리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쩨쬬, 작은 화면 속 그녀가 사무치게 그립네
2022. 3. 16. 수. 완연한 봄날씨
동네 돌담길을 걸어가다 쩨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출근 전이라 샤워를 하고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갑자기 잘 여민 가운을 살짝 들추어 속옷 끈을 보여주었다. 나는 달렸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인데 길어지고 있는 내 머리칼에 가르마를 타며 달렸다. 손을 입술에 대어 뽀뽀를 날려주었다. 나는 또 달렸다. 나를 보며 웃는 쩨쬬가 좋다. 오늘 하루도 나로 인해 즐거웠으면
가치
지금 이 일기장은 처음엔 달리기를 하고 달린 거리를 기록하려 했던 쓰다가 버릴 그저 그런 연습장이었다. 여기에 소중한 이야기를 적다 보니 나에게 소중한 무엇이 되었다. 그래,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속에 무엇을 담아내었는가가 그 가치를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