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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Dec 01. 2023

관심받고 싶어

<슈슈는 쩨쬬를 좋아해>  5화


 2022. 2. 9. 수


 내가 쓴 글을 엮어 책을 만들어 프러포즈를 하면 어떨까? 그 책을 구상하던 중 오늘은 그 책의 결말이 나의 예상과 어긋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적 대화와 육체적 대화가 잘 맞고 함께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배우자 상에 걸맞을지라도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같은 게 느껴졌다. 그래서 외롭고 슬프기도 하고 계속 아플까 봐 두렵기도 했다.


 "쩨쬬 내가 한 말 들었나?"


 "아니, ㅎㅎㅎ"


 가끔 내 말을 잘라먹어서 물어봤더니 참 진솔하고 해맑게도 대답한다. 애당초 듣지 않은 자에게 왜 안 들었냐고 물을 게 아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모여 언젠가 모래성을 와르르 무너트리겠지


 2022. 2. 13. 일


 통화를 마치고 머리가 복잡해서 달리고 싶었다. 저녁 9시 반부터 두 시간 정도 해안도로를 달렸다. 드는 생각...... 좋아한다고 표현을 할수록 좋아하지 못하는 나, 사랑을 표현하면 쩨쬬는 장난스럽거나 오글거린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는 좋아한다는 말을 해놓고 내가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밥 잘해주는 여성분이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독자분들 중 불편하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늦은 밤 해안도로 끝까지 인적도 드문 곳을 20km 정도 달리니 고요하고 좋다. 집에 돌아와 동네 정자에 앉아 가로등에 비친 경계봉의 그림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숨 푹푹 쉬며 슬프고 우울하고 고독한 척을 해보았다.


2022. 2. 14. 월


 쩨쬬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나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쩨쬬가 나에게 브이로그처럼 본인의 일상을 공개? 한다. 나도 따라 해보았다.-


 "아침마다 하는 루틴이 있어"


 복근운동을 하고서 보니 쩨쬬는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역시나 관심 없구나 내 딴에는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 혹은 네가 나에게 보여주었듯이 나의 일상을 공유해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맥이 빠졌다.


 "아! 뭐 하고 있었네?


 "응, OOOOOO 때문에 얘기하고 있었어"


 "아~ 알겠어 볼일 봐~" 하며 손인사를 했다.


 "응? 같이해도 상관없는데" -나는 상관있더라고......-


 쩨쬬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즉 멀티플레이를 하고 있을 때 꼭 나에게 서운한 순간이 왔었기에 피하고 싶었다. 몇 분 뒤 다시 영상통화가 왔고 평소보다 해맑게 나를 다독여주듯이 관심을 보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지금은 뜨개질도 하지 않고 컴퓨터도 보지 않고 휴대폰으로 무얼 찾지도 않으면서 온전히 나와 대화를 하고 있구나...... 너무너무 고마워서 전화를 끊을 때 고맙다고 했다


 "뭐가 고마운진 몰라도 알겠엉~"


 당연한 것에 고마워하는 나의 현재가 문득 우스워졌다.


2022. 2. 19. 토. 비 내리고 쌀쌀


 친구를 만나고 돌아올 때 쩨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쩨쬬가 서운해한다. 운전에 집중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조용히 오고 싶었다.


 "서운해?"


 "출발할 때 전화를 했으면 했다. 하물며 문자라도 남기지 그랬어"


 "미안해 초행길이고 운전에 집중했어"라고 말하며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미안하다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미안하다고 하는 것처럼 느껴져"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왜 또 미안하다고 하게 만드냐"며 맞불을 놓았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고 아...... 맞추기 힘들다 지친다 너만 아니었으면 바로 헤어졌다. 내 할 말 못 하고 참아야 하고 말싸움이 시작되면 이기는데서 희열을 얻는 사람일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즉, 내가 미안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우선이고 미안하다고 말할 땐 대역죄인처럼 머리 박고 죗값 달게 받고 끝내야겠다.


 휴...... 다행히 화해했다. 쩨쬬는 사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면 제 분에 못 이긴다고 한다. 나긋나긋하게 풀어서 사실 그대로 왜 그랬는지 얘기하면 괜찮다고 한다.


 싸우는 것에 너무 걱정하고 부정적인 결말로 치달을 거라고 미리 겁먹지 않아도 된다. 서로 맞춰나가는 긍정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네 인생이 모가 될지 도가 될지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쩨쬬, 나한테서 정나미 떨어지면 어떡해?"


 "나도 마찬가지야 ㅎㅎㅎ"


 갈등은 내가 갈등이라 여기는 순간 갈등이라 했다. 쩨쬬의 두서없고 정신없기도 한 이리저리 튀는 대화가 재밌었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해 나 스스로 갈등을 조성하고 있다. 더 이상의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변하면 된다. 내가 쩨쬬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쩨쬬가 나더러 서운하라고 무시하려고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만 알면 된다. 쩨쬬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나도 많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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