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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Nov 24. 2023

장거리 연애의 애로사항

<슈슈는 쩨쬬를 좋아해> 4화

 2022. 1. 8. 토


 컨디션이 안 좋을까 봐 걱정이 되었으나 쩨쬬의 "애썼네~" 한마디에 몸이 사르르 녹으며 장염의 잔병이 싹 가셨다. 루미큐브, 카르카손, 스트림스 보드게임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쩨쬬, 저녁에 두루치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두루치기 한 판 구워 먹고 집으로 와 루미큐브를 했는데 내가 세 판 하자고 했다가 루미큐브 판때기로 한 대 맞을 뻔했다.


 "뭐!!! 세 판이나 하자고!!! 지금 얼마나 급한데!!!"


 저번에 왔을 때만 해도 쩨쬬가 친구, 연인사이에서 마음이 갈팡질팡 했는데 팔짱을 끼고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뭔가 부끄러웠단다. 이제는 잘 치근대고 안기고 그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다.


 "비행기 타고 공항에서 집까지 갔다가 또 바로 출근해야 되고 피곤할 텐데......"


 이런 걱정들은 하지 않기로 했다. 서로가 원해서 하는 것이고 온다고 하면 반갑게 맞이해 주면 되는 것이다.


 2022. 1. 24. 월. 흐리고 살짝 비


 쩨쬬와 통화 중 말꼬리 잡고 웃으며 농담하다 투닥거렸다. 앞으로 말꼬리 잡지말자. 왜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가? 내가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좋아하기만 하자


 2022. 1. 27. 목


  아침에 통화, 쩨쬬는 부모님과 지내다 보니 나와 통화 중에 부모님의 말씀에 대꾸를 한다. 부모님은 1층에 계시고 쩨쬬 방은 2층이라 목소리를 크게 크게 하다 보니 나에겐 쩌렁쩌렁하게 들려온다. 듣고 실실 웃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닌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이다. 이걸 말하자니 그간 너무 많은 불편함을 토로했던 것 같아 이건 감수하고 감내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연하게 극복할 방법을  찾아보자 잠시 이어폰을 빼볼까? 그래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게임 같은 거라 생각하자


 2022. 1. 30. 일. 깨끗한 공기 그리고 바람


 " X X 를 했어"


 "뭐 했다고???"


 통화를 할 때 첫마디가 잘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되묻게 되는데 이런 일이 잦아지다 보니 서로 기분 상할까 봐 신경이 쓰인다. 서로 연락이 엇갈리거나 가끔 휴대폰이 꺼져있는 경우도 있다. 쿵쾅대는 발자국이나 물 트는 소리 등이 에어팟-에어팟이 유독 주변소음을 증폭시킨다-을 통해 들려오면 내 고막에 폭탄이 터진다. 피로감이 몰려오고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신기한 건 사귀기 전 친구사이일 때는 통화가 너무나 잘 됐었다. 귀가 불편하지도 않았었다. 사귄 지 3개월, 통화 중 불편함을 견디기 버거워하는 나를 발견했다.


 2022. 2. 1. 화 ~ 3. 목


 기다리다 만나고 잠시 또 헤어지고 오랜만에 만나니 처음엔 서로 서먹하게 대한다. 운전 중에 손을 잡는다던지 손을 잡는 게 어색해 무릎에 손을 대고 있으니 이게 더 어색하고 갈피를 못 잡는 나의 오른손

 육지에 눈이 내려 항공기 날개에 성에 제거 작업으로 출발이 지연되고 제주공항에서 착륙하는 것도 밀려 제주 상공을 선회하다 1시간 정도 늦게 만났다. 쩨쬬가 좋아하는 표선의 돈가스 집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우릴 기억하시고 서비스도 주신다. 쩨쬬는 샤워를 할 때 달달한 냄새가 나는 제품을 몸에 바르는데 쩨쬬가 다녀가면 그 달달구리한 냄새가 집안 곳곳에 남아있어 그녀를 못 잊게 만든다. -중략-

 사흘간 설날 연휴를 함께 보내고 공항 배웅을 하고 돌아서니 나는 코피가 쩨쬬는 구내염이 생겼다.


 2022. 2. 9. 수


 사랑이 뭘까?

 좋아해, '좋아한다'의 범위가 '사랑한다'보다 좀 더 포괄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면 좋아하다 보면 사랑하게 될까?


 "사랑하지 않아, 하지만 많이 좋아해"


 뒤에 좋아해를 백 번, 천 번, 만 번을 붙여도 위의 말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사랑해"


 이렇게 말한다면?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나는 상대에게 빠져들 것 같다


 사랑을 형상화할 수 있을까? 육체적 행위인 섹스는 사랑해서 하는 것일까? 욕구해소를 위해 번식 혹은 종의 유지를 위해서? 현대의 섹스는 쾌락과 유희의 결합체처럼 생각된다. 더 큰 쾌락을 얻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것들 변태적이거나 독특한 취향 따위를 감수하는 것, 사랑하니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랑하지 않아도 쾌락을 위해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을 ‘좋아’와 구별 짓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하나의 용어일 뿐이다. 아라비아 숫자 '1'을 두고 하나, 일, 원......이라고 표현하듯. 아마도 사회가 구성되며 사회구성원을 결속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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