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는 쩨쬬를 좋아해> 8화
2022. 4. 12. 화. 습하다.
나만 유독 심각하게 생각하는 걸까? 쩨쬬가 집에 있을 때 전화를 걸면 잘 받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그러다 경험으로 인해 내 머릿속엔 '전화해 봤자 어차피 안 받을 건데' 란 인식이 생겼다. 하루는 전화가 없길래 불을 끄고 누웠다. 이내 전화가 와선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다며 "인사도 없이 자려고 한 거야?" 한다. 집에 부모님도 계시고 또 2층집이고 휴대폰을 잘 안 들고 다니고 잘 안 보는 것도 알아서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참다 참다 안 받을 걸 알면서도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하면 결국 받지 않아 서운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 저녁에 말을 꺼냈다.
"댁에 계실 때 언제 전화를 해야 받으실까요?"
삐지지 말란다. 일부러 비아냥 거렸다. 쩨쬬는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린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연락문제로 속앓이 한 건 아마도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의 내 감정에 대해 쩨쬬는 묻질 않는다. 나만 유독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기롭게 칼집에서 칼을 빼내었는데 꽃이 나온 꼴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꿍해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관계의 끈을 놓아버리면 우리 사이가 유지가 될까? 나도 너처럼 연락이나 폰에 얽매이지 않고 지내면 너도 서운하지 않을까? "서운했어?"라고 내가 묻게 되는 안타까운 날이 올까 봐 나만 걱정되는 걸까?
그럼에도 오늘 느낀 건 나의 비아냥 거림에 기분 나쁠 수도 있었을 텐데 유순하게 넘어가는 걸 보면 쩨쬬도 참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래 나는 이런 점을 알아챌 필요가 있다. 어른이 되자 가슴을 넓히자.
2022. 4. 15. 금. 시원한 공기
공기가 시원하니 좋구먼!
쩨쬬와 통화, 아침에 내가 전화를 걸었었는데 요새 자꾸만 쩨쬬가 먼저 거네 하필 시간이 딱 화장실에 있을 때라...... 대변볼 때 연속으로 걸리고 나니 재미를 붙였는지 오늘도 화장실 타이밍에 전화를 걸었길래 "5분만" 했더니 "키득키득" 웃는다. 희한한 친구일세......
2022. 4. 22. 금
코스트코에서 파라솔을 봤단다. 서해나 남해 놀러 가서 나더러 파라솔을 박아 달라고 했다.
정적......
둘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2022. 4. 23. 토. 흐림
요즘 쩨쬬가 너무 잘해준다. 말도 잘 들어주고 연애 초반에 왜 그렇게 싸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마음이 편하다. 쩨쬬가 오후 두 시에 퇴근을 하고 산에 갈 거라고 한다. 배가 고프다며 라면을 끓여 먹으러 갔다. 라면을 다 먹고 전화를 하고선
"내가 왜 전화했게? 맞춰봐~"
"음...... 운동 가기 싫어서?"
"땡!"
"...... 나 보고 싶어서?"
"정답!"
와, 이렇게 기쁠 수가...... 오글거린다던 말들을 쩨쬬가 조금씩 풀어놓고 있다.
오후 다섯 시쯤 누웠다가 저녁 아홉 시까지 잤다. 쌀쌀한 거 같아서 보일러 빵빵하게 켰더니 노곤노곤하니 푹 잤다. 그새 쩨쬬에게 5개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와있었고 나는 혼났다. 진심으로 화를 낸 것은 아니지만 이게 참 걱정을 해주어 좋으면서도 뭔가 묘하다.
2022. 4. 26. 화. 비, 바람
문제가 뭘까? 무시받는 느낌...... 뭐 이런 걸 떠나서 전에도 그랬듯 내 말을 듣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불편하고 대화를 하고 싶지 않고 심지어 쩨쬬가 싫어진다. 오늘 출근길에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조금 덜 좋아하는 게 방법일까? 그러면 우리의 대화가 그저 '구구절절' 읊어대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 서로의 감정을 배제한 체 적당한 대꾸를 하겠지? 이게 무슨 연애이고 사랑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당도했다. 날 존중해 줄까? 쩨쬬는 분명 사소하게 생각할 것이다. 기억은 하겠으나 내가 마음을 넓게 썼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결국 원인은 나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그냥 하하하, 허허허, 웃으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