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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Dec 29. 2023

쩨쬬가 기분이 좋으면 슈슈도 기분이 좋다

<슈슈는 쩨쬬를 좋아해> 9화


 2022. 4. 30. 토. 가야산 여행


 편의점에서 라면, 바나나 우유, 삶은 계란 그리고 문제의 빵!!! 을 사 와서 잘 먹다가 쩨쬬에게 빵을 먹여주려고 입에 가져다 댔는데 조금 세게 부딪혔다. 크림은 입에 묻고 쩨쬬가 기분이 상했다.


 "기분 상했어? 미안해......"


 그럼에도 분위기는 싸늘했다. 기분이 상한 건 쩨쬬이고 쩨쬬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사과를 해야 한다. 음...... 이해는 가지만 쉽지가 않다. 아무튼 쩨쬬가 느낀 건 내가 본인을 함부로 대한다고 느꼈다는 것, 지금까지 본인에게 그렇게 대한 사람이 없었단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너를 함부로 대하려고 빵을 입에 묻혔겠나? 왜 그렇게까지 생각을 한 것인지 속상했다. 내가 본인의 화가 풀릴 때까지 사과를 하지 않으니 자존심 챙긴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에게 자존심 따윈 버린 지 오래다. 그전까지 웃고 사랑스럽고 애교 부리고 나보고 좋다고 말했던 쩨쬬가 내가 생각하기엔 '힝~'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실수에 표정이 싹 변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쩨쬬는 나에게 감정 공감이 안된다고 했다. 내가 쩨쬬에게 하려던 말을 오히려 내가 듣고 있으니 아이러니했다.


 '전 연인과 성격적인 마찰은 없었었나?'라는 물음에 마찰을 겪는 건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전에 만났던 사람들은 다 맞춰줬었던 거 같다며 공주대접받았다고 한다. 내 생각엔 쩨쬬의 성격 때문에 나가떨어진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니...... 나만의 오류 난 사고의 틀에 갇혀있는 걸까? 쩨쬬는 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내가 무엇이 변했을까?

 

 2022. 5. 3. 화. 쌀쌀하다. 햇살은 좋다.


 쩨쬬네가 아랫집과 땅 문제로 마찰이 있는데 나와의 대화를 통해 의지가 된다고 한다. 쩨쬬가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확 받아버릴걸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아랫집과 마찰을 겪으며 그때의 기억이 또다시 떠올라 괴로운가 보다.


 2022. 5. 9. 월. 돌담 길에 귤꽃냄새가 만연하다.


 요즘 쩨쬬가 부쩍 웃음도 더 많아지고 나를 더 자주 보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진다. 보면 볼수록 어떤 미지의 생명체를 키우는 기분이다. 쩨쬬가 달리는 뒷산이 있는데 어제 35분으로 기록을 세웠다며 빨리 칭찬해 달라고 한다. 칭찬, 칭찬이라 하면 내가 무언가 이루어 냈을 때 어떤 이가 보고서 대단하다고 여겨 대단하다고 느낀 상대방이 결정하고 선택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쩨쬬는 칭찬받을 행동을 했으니 칭찬을 해달라며 자기 주도적인 결정을 했다. 생각해 보면 칭찬받고 싶은데 칭찬을 못 받아서 잘하고도 기분 나쁜 상태가 되느니 '나 이거 이거 잘했으니 칭찬해줘'라고 하면 칭찬받는 본인의 기분이 좋고 칭찬하는 상대방도 얘가 이러이러한 것을 좋아하는구나 하며 알아갈 수도 있고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칭찬에 인색하고 고파하기보다는 칭찬받고 싶으면 칭찬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2. 5. 23. 월


 인생은 단순하다. 내가 기분 좋은 날은 언제인가? 단순하게 기분 좋은 쩨쬬의 목소리를 듣는 날, 단순하네, 쩨쬬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 좋은 날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온 것 같다. 쩨쬬를 기분 좋게 하며 살자


 내가 쩨쬬를 싫어해서 한 행동이 아닌데 쩨쬬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쩨쬬 역시 나를 미워해서 한 행동이 아닌데 상처를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해되지 않고 견해의 차이 등으로 내 안에서 거부감이 들 때 나는 그것을 삭일 수 있는가?


 "할 수 있다."


 그러면 그때마다 침착하게 차분하게 숨을 들이켜고 말도 삼키자 쩨쬬는 나를 싫어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또한 쩨쬬의 행동에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 그 간 살아온 쩨쬬의 삶은 존중되어야 한다.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내가 옳고 쩨쬬는 그른 게 아니다. 지나 보니 이길 것도 없고 이겨서 좋을 것도 없다. 다시 한번, 쩨쬬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하루에 한 번씩 쓰고 곱씹어야겠다.

 

 "쩨쬬가 기분이 좋으면 슈슈도 기분이 좋다."


 세화오일장에 들려 쩨쬬네랑 본가에 카라향을 부치고 쑥호떡 하나 사들고 해안가를 따라 등대까지 걸었다. 쩨쬬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할 말 있는 거 같다?"


 "사랑해"


 "하기 힘든 말 했네?"


 "말 꺼내는 게 어려운 거지"


 세화오일장, 하얀 등대, 세화해변, 테트라포트, 화장실 앞 그 길, 머릿속에서 영원히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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