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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Apr 02. 2024

유방 초음파를 해봅시다.

유선염, 건강보험적용


유륜 옆이 저릿했다.


뭐지? 돌멩이 하나가 만져진다. 유축을 제때 하지 못했을 때, 가끔 가슴이 뭉치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춘이가 젖을 힘차게 빨아주면 그만이었다. 뭉친 부분은 시원하게 사라졌다. 춘이가 젖을 빨아주면 기분 좋은 압력으로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유방 곳곳이 개운해졌다.


이번엔 달랐다. 3일 내내 단단한 짱돌이 만져졌다. 손가락으로 꾹 누를 때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더 적극적으로 수유를 했지만 출산 초 겪었던 젖몸살처럼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결국 열이 났다. 그제야 유방전문 외과를 찾았다.


2023년부터 건강보험 적용범위가 확대되어 유방질환이 있거나,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 유방초음파 검사가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는 국가의 배려 덕분에 4만 원을 내고 나의 유방 곳곳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다.


상의 탈의를 하고 만세 자세로 침대에 누웠다. 몰캉하고 시원한 젤을 두툼이 발라주셨다. 바코드 찍는 기계같이 생긴 건으로 의사 선생님은 내 겨드랑이부터 시작해 밑가슴까지 정면, 측면, 옆면 할 것 없이 꼼꼼하게살펴봐주셨다. 선생님이 함께 보자며 가리키신 화면에는 꿀렁꿀렁 물결치는 잔잔한 바다가 보였다. '아, 이게 내 유방이 구나.' 수많은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것 같기도 했는데 직관적으로 유관에 붙어있는 소엽이구나 하고 알아차렸다.


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신체기관정보




김지애 님, 들어오세요.



진단명은 '유선염'.

 

"지애님은 모유 양이 많아요. 춘이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는 때라 수유 패턴이 바뀌면서 가슴에 유선염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모유는 따뜻하고 영양분이 많은데 액체라 습하기 때문에 박테리아나 세균 번식에 좋은 환경입니다. 오래된 모유는 유축으로라도 비워내야 합니다. 단단하게 만져지는 부분에 고름은 없었습니다. 어린이에게도 처방할 수 있는 항생제 5일 치를 처방해 드릴게요. 약은 끝까지 먹으시고, 모유수유는 평소처럼 계속하셔도 됩니다."



처방약을 먹자 짱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몸살기운도, 열도 말끔히 내렸다. 세밀하게 그림 그리듯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외과의사 선생님, 여성의 유방 건강을 위해 보험 적용범위를 넓혀준 나의 국가, 모유를 생산하느라 분투하는 소엽 모두에게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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