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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Apr 01. 2024

생물학적 인간에서 심리 사회적 인간으로

안와전두피질 Orbital Frontal Cortex


만 1세 육아 키워드는 '애착과 신뢰'이다. 인간 발달의 기초는 단연 정서이기 때문이다. 애착과 신뢰는 이후 모든 발달의 시작점이자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애착이라는 단단한 지반에 쌓아 올리지 않은 인지발달, 정서발달, 사회성 발달은 금방 쏟아져 버리는 모래성이 되는 것을 교사 생활 12년 동안 종종 목격하며 그 위력을 깨달았다.


얼마 전 춘이는 두 돌을 맞았다. 첫돌 때는 마냥 기쁘고뿌듯했다면 두 돌을 맞은 지금은 자못 비상하다. 만 2세 육아에는 '제지와 한계 설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내 역할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 1세 때 아이의 뇌(안와전두피질 Orbital Frontal Cortex)에서는 칭찬과 격려가 중심이 되는 긍정적인 흥분성 회로(excitatory circuit)가 만들어진다. 오직 사랑이면 된다.


반면 만 2세부터는 제한, 금지의 요소를 추가시켜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신경회로인 억제적 회로(inhibitory circuit)를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안돼"가 시작되어야 뇌의 억제적 회로에 자극을 줄 수 있는데, OFC의 발달은 만 2세 무렵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만 3세 무렵 기초가 확립되기 때문에 두 돌은 시기적으로 '안돼'의 역할이 중요한 때가 된다.


기본적으로 신경계란 녀석은 자극을 주지 않으면 절대발달하지 않으니 두 돌의 관문에서 나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최근 뇌과학 분야에서는 OFC의 두 회로가 잘 발달된 아이의 뇌에서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만 1세 때 애착과 신뢰감이 충분히 형성된 이후 만 2세 때 적절한 억제적 자극을 받은 아이는 스스로의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두 신경회로의 균형 잡힌 발달로 아이는 사회심리적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어떤 육아 방법이든 골자 이것이다. '애정과 훈육'. 육아 이론은 크게 1930년대 존 왓슨의 엄격한 육아에서 1960년대 스파크 박사의 허용적 육아로 흘러왔고 최근에는 이 두 가지 방법의 중간 즈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느낀다.


육아의 목적은 내 자녀의 자립이기에 허용적 애정만 주는 것은 위험하다. 자녀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는 시도는 결국 자녀를 망친다. 생물학적 인간이 되는 것과 심리 사회적 인간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안돼" 앞에서 우리 딸은 잠시 혼란에 빠지겠지만 우리 관계의 바탕에 애착과 신뢰가 있으므로 곧 심리적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진정한 사랑은 훈육, 절제, 제한, 한계 설정까지 모두 포함된 종류의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뇐다. 내가 딸에게 주는 것이 사랑인지 독인지 분별할 수 있는 양육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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