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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Apr 01. 2024

“(나는 엄마가) 아니야.”

Terrible age 2

두 돌 즈음부터 춘이가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은 '아니야'그리고 '내가'이다. 일단 아니라고 하고 본다. 할 수 없는 일까지 스스로 하겠다고 우기니 답답하다. 깊은숨을 내쉬고 어금니를 질끈 깨문다. 내 눈은 실눈으로 찢어지고 콧평수가 커진다.


일례로 등원준비 시간이 대폭 길어졌다. 돌 전후에는 내가 입혀주는 대로 입었고, 신겨주는 대로 신었다. 인형 옷 입히기 놀이를 하는 기분도 들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 시키는 대로 모두 따라주었다.


1년 후 상황이 달라졌다. 춘이는 바깥 날씨에 알맞지 않은 옷을 입겠다고 으르렁댄다. 사이즈가 한참 큰 신발을 신고 가겠다고 버틴다. 물이 쏟아지지 않게 컵의 아랫부분을 잡아주면 내 손을 탁탁 치며 밀어낸다. 어흥! 본인이 어련히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시기 편하라고 낫또 비닐을 미리 벗겨 주면 탁 치워버리고는 안 먹는다. 새로운 낫또를 대령하라는 것이다. 내가 비닐을 벗기고 참깨소스를 뿌린 후 숟가락으로 비벼 먹겠다는 뜻이다.


두 돌 육아가 더욱 어려운 이유는 훈육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6개월 전까지는 훈육할 수 없다고 한다.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간단한 인과관계 이해를 위한 인지발달이 미숙하고, 양육자의 구체적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발달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두 돌 전후로는 '안돼'하고 한계 설정만 담백하게 해 주고 훈육은 36개월부터라고 하니 두 돌 육아는 만만치 않다. 외출 준비부터 식사 시간, 목욕시간까지 '아니야'로 시작해서 '아니야'로 끝난다.



24개월부터 시작되는 Terrible age 2

아동발달의 관점에서 두 돌부터 양육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세 가지라고 한다.


1)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자율성 발달

2) 부모로부터의 독립 욕구 출현

3) 불완전한 자신감 증가


춘이는 나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 아니다. 24개월 다운 자연스러운 발달의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다. 춘이가 늘 외치는 '아니야' 앞에는 생략된 말이 있다.


( 나는 엄마가 ) 아니야.

그렇다. 걸음마를 할 때부터 시작된 그의 자율성, 독립욕구, 자신감은 이제 두 돌을 맞아 최대치로 치솟고 있다. 내 품에 안겨있어야 안전했던 아기는 어느새 뛰어다닌다. 내 젖만 있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살이 포동포동 찌던 아기는 이제 숟가락으로 그가 먹고 싶은 반찬부터 먼저 골라 먹는다.  


춘이가 매일 외치는 '아니야'를 들을 때마다 참을 인자를 새기기보다는 그의 발달을 기특해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어떨까? 춘이는 나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때마다 상기하며 그의 발달에 발맞춰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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