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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May 25. 2024

에피소드플롯 고객님, 사이렌 오더로 주문해 주신

Episode & Plot


은희경 작가의 소설 <태연한 인생>의 한 대목을 읽는데, 눈길이 지나가다 멈추고 섰다.


에피소드 Episode
플롯 Plot


두 가지 다짐이 섰다.

1) 앞으로 내 스타벅스 닉네임은 이거다.

2) 내 인생이 한 권의 소설책이라면, 에피소드와 플롯을 구별해 서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태연한 인생」 은희경, 2018


에피소드에는 속편이 없다.


그냥 스쳐가는 일회성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쳐가는 수많은 버스들과 비슷하다. 한 순간 내 앞에 머무르지만 나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인생의 대부분은 이런 에피소드르로 채워져 있다.


이야기의 세계에서 작가는 최대한 에피소드를 배제한다. 인과관계가 없는 우연은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플롯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보여주려고 하는 세계, 그 세계를 구현하지 않는 에피소드는 여지없이 퇴출된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자기 인생의 작가라는 권능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의 형태로 등장하여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버스 가운데 어떤 것이 일회성 우연이며 어떤 것이 내 인생의 플롯으로 가는 노선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을 포착하고 무엇을 흘려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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