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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Mar 27. 2024

돌돌 말아 넣은 매트가 내 유골함으로 보였다.

유즈(Yuj, 결합하다)

1시간 수련을 마쳤다.


요가타월과 요가매트를 정성스럽게 돌돌 말고 일어난다. 가뿐하고 산뜻해진 몸으로 나무 매트장으로 간다. 내 이름과 뒷번호가 적힌 작은 칸에 요가매트를 넣으려는 순간, 매트가 유골함처럼 느껴졌다. 


나의 죽음이다.


문장이 불현듯 그러나 명징하게 둥실 떠올랐다. 이미 정리되어 있는 형형색색의 요가매트는 나보다 먼저 죽음을 맞이했을 사람들의 유골함으로 보였다. 손때와 땀 냄새가 스민 매트를 깔고 저마다의 요가를, 인생을 살아냈을 그들을 떠올리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요가는 인생과 많이 닮아있다. 요가 매트를 일단 깔면 나와의 소통이다. 옆 사람을 볼 겨를도 여유도 없다. 내 동작과 호흡을 가져가기에도 벅차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수련을 하고 나면 1시간 동안 내가 몇 번을 넘어졌든 흔들렸든 미끄러졌든 그저 개운한 마음으로 매트를 말아 넣는다. 반면에 곁눈질로 요가 숙련자들을 살피느라, 나의 유연함과 근력을 뽐내느라 종종 거린 후 매트를 말아 넣을 땐 뒷맛이 쌉싸름하다.   


1제곱미터 요가 매트 안에 서면 자유로워진다. 내 세상이다 싶다. 땀도 흘리지만 때론 눈물도 주룩 한다. 방귀소리가 힘없이 새어 나와 멋쩍게 웃기도 한다. 수련을 따라다가 보면 잔뜩 찌푸려져 있던 미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들반들해진다. 체액 가득한 붓기는 날숨과 함께 빠져나간다. 혈색이 맑아지며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오늘도 요가 매트를 펼칠 수 있어 감사하다.

내일도 요가 매트를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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