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애 Mar 28. 2024

발레에는 동작의 완성이 있다.

요가(Yoga), 발레(ballet), 필라테스(pilates)

발레 수업 후 두통이 왔다.


아랫배 근육을 긴장시키며 발끝으로 내내 섰다. 승모근이 도드라지지 않게 등근육으로 끌어내리고, 목을 길게 뽑아내며 한 시간 동안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움직이다 보니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내가 숨을 제대로 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몸선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레 선생님은 수업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숨 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엉덩이에 힘을 주세요, 어깨를 끌어내리세요, 허벅지 지퍼를 잠그세요라고 했다. 발레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운동이었다. 발레는 춤이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형광등도 내 속을 메슥거리게 했다.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눈빛은 자꾸만 비장해졌다. EBS 강사를 하던 시절, 수십 개의 조명과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경직이 다시 느껴졌다. 발레 수업시간 내내 눈 한번 고요히 감을 수 없고, 빛의 공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면이 아니라 외면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발레는 나에게 반나절짜리 두통을 앓게 했다.


코로나 때 요가 대신 필라테스로 잠시 운동 종목을 바꾼 적이 있다. 바렐에서 더 깊고 시원하게 옆구리를 늘릴 수 있었고, 리포머에서는 좌우 동일한 중량과 각도로 하체 근육을 단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요가로 돌아온 것은 발레를 그만둔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내가 느낀 요가와 발레, 필라테스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동작의 완성'이다. '완성된 동작'이라는 게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요가는 완성된 아사나라는 것을 상정해두지 않기 때문에 동작의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가며 내 몸과 마음의 자극과 요동침을 주시할 뿐이다. 운동이라기보다는 수련에 가깝다. 반면 발레와 필라테스는 훈련일 수는 있어도 수련이기는 어렵다. 완성된 동작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목표로 연마한다. 무용수의 기량에 따라 급이 나뉘는 것이다.


나에겐 발레, 필라테스 보다 요가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극에만 집중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