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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Jun 19. 2020

27.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다면

버리세요

<미니멀 라이프>


제 인생에 이 키워드가 들어온 건 작년 말입니다. 신랑이 벌려놓은 일들을 일정부분 수습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늘 머릿 속에는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사무적인 일의 정리이든, 생각의 정리이든. 그 무렵 즐겨보기 시작한 영상 주제가 미니멀 라이프였고, 공간이 주는 공허함보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해보이는 영상 속 상황은 과연 나에게는 어떤 유익함이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차 한 미니멀 리스트의 질문이 구체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호텔에 가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왜 집에 오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유명 호텔에서 숙박할 기회도 많았고, 체크인 하고 체류 후 체크아웃하며 나올 때는 처음 들어갈 때처럼 정리하려고 나오려 했었습니다. 정리벽이라기보다 원상태를 돌린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하나씩 캐리어에 넣어야 빠뜨리는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죠. 체크아웃을 하는 순간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저의 물건을 챙겨 나온다는 건 꼼꼼함이 요하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매번 늘 정리된 최소한만 갖춘 호텔의 방에서 주는 편안함을 체감할 일이 있었음에도 흔히 편안하다는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왜 다른 느낌일까요?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그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이죠.


<물건을 대하는 시도 >

처음 시도는 수납과 관련된 책을 빌려왔었습니다. 물건의 장소를 정하고 정리정돈 및 수납을 일정하게 하는 게 미니멀 리스트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보였거든요.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책 속 소개된 인테리어나 구조는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일 뿐, 구체적으로 제 습관으로 정착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정리하고 싶다고 머릿 속으로는 원해도 구체적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차에 일단 따라해 본 게 있습니다.


버리기였습니다.


1년 동안 사계절이 지나가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을 가능성이 적다는 말은 자주 들어왔던지라 옷을 버리는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갖고 있는 물건간 색상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정리대상이었습니다. 작년 말이었으니 겨울 옷, 아이가 생기고 몸의 변화로 인해 입지 않을 옷들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집 앞 초록색 분리수거함에 물건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물건의 수납으로 인한 정리정돈을 하기 전 선행작업이 있다면 바로 버리기 인 거 같습니다.

손님이 오실까봐 쟁여둔 그릇, 통일성 없는 그릇, 식기 등 주방용품으로 옮겨서 불필요한 것들은 나눔을 하거나 필요한 건 시댁에 가져다 두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데 1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키워드가 제 인생에 들어오고 난 기준으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초반 몇 개월은 1년의 기간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조금씩 비워내는 삶을 살면서 6개월이 된 지금은 왜 그러한 시간이 걸리는지 전보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버리는 기준>

버리는 데에도 기준은 있어야 했으며, 그 기준대로 하나씩 물건을 정리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예전에는 물건이 공간을 점령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제가 필요한 대로 배치하는 기분이 듭니다. 같은 공간을 마주하면서도 전보다 주도적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1. 플라스틱의 사용의 최소화

경품이나 이벤트로 뭐든 새로이 받을 때에는 통일되어 있는 모양과 디자인에 기분이 좋지요. 그런 물품 중 하나가 플라스틱 반찬통이었습니다. 미니멀 리스트들의 관련 영상을 참고하며 세웠던 기준은 바로 플라스틱 용품 정리하기 였습니다.


2. 통일되지 않은 물건

이건 주방용품 등 해당되는 거였습니다. 경품 이벤트로 받거나 친정어머니가 챙겨주신 식기류가 있었는데,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손이 가지 않는 물건은 정리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머그컵은 살 때는 특색있고 예뻐 보여도 장식용으로 비치하지 않는 이상 쓰는 것만 쓰게 되어 있고, 통일되지 않는 디자인은 그 상태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었죠.


3. 부수적인 인테리어 소품

한창 이케아 다닐 때는 갈 때마다 사오는 인테리어 소품들이 있었습니다. 운영하는 가게가 있어서 계절이 달라지거나 이벤트 시기가 다가오면 관련 인테리어 소품을 사들이는 게 하나의 수순처럼 느껴지기도 했었죠. 신랑의 주머니가 열리는 날이면 꼭 필요한물건인가에 대한 고민의 여지없이 이것저것 덩달아 담아냈던 거 같습니다.


생화의 싱그러움이 아닌 조화였음에도 알록달록한 색상에 대한 느낌이 좋았는지 화병부터 자잘하게 사들인 조화들, 모두 정리대상이 되었습니다.


<중고거래 앱 활용>

물건을 정리하려고 내 놓을 때는 버린다 생각하면 얼마에 샀든 구매가 등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데, 지금 저에게는 필요없지만 누군가는 필요할 수 있는 물건을 팔아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달라집니다. 조금 더 실제적으로 물품에 대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미니멀 라이프 초반에 물건 비우기를 하며, 교회 내 카페에서 물물교환하는 곳이나 단지 내 초록색 물품 버리기 함을 이용하였지만, 1달 전부터는 중고마켓 앱을 통한 판매를 통해 물건 비우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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