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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Jun 19. 2020

28. 미니멀 라이프 액션플랜  

중고거래를 시작하다

중고거래에 대한 생각은 여러번 바뀌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아나바다의 일환으로 나눠쓰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누군가가 필요없는 물건이 저에게 필요하다면 받아 쓰는 것도 제가 누군가에게 제 물건을 내어놓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반면 신랑은 이런 중고거래에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이 탄 물건이기에 다른 사람의 물건을 들이는 게 아니라는 주의였고, 그러한 생각은 어느정도 저에게도 유효했었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비슷한 시기에 둘째를 출산한 옛 고등학교 동창을 sns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임신 5주차부터 입덧 시작을 알리며 임신을 공개했었기에 저와 출산시기가 비슷할 거라 예상했고, 실제로 열흘정도 차이를 두고 출산을 하기도 했지요. 태어난 달은 다르지만, 같이 커 나가는 걸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 친구와 아이, 저와 제 딸 아이 넷이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한창 엄마에게 안겨 지낼 백일 갓 지난 아이들이라, 어르고 달래며 엄마들끼리의 그간 못 본 안부를 묻고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죠.


"이거 중고거래 통해서 산거야."

유모차에 달려있는 홀더, 그 친구는 경산모이다보니 저보다 육아용품에 대한 경험치가 더 있었습니다. 아이들용품은 중고거래 통해서 구매한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실제적인 중고거래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친구는 아이들 용품을 저렴하게 사고 내놓을 수 있다며 추천해줬었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신랑의 말이 유효하던 시기라 제 행동에 변화를 줄 만큼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중고거래 앱을 활용한 지 1달이 된거 같습니다. 한 중고거래 어플에 가입해서 거래를 시작하게 된 어떠한 계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 그 연결고리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있는 물건을 팔아야겠다 생각이 든 걸까요?

매일 소액을 절약하며 수천만원 모은 한 주부 유튜버의 생활팁이 갑자기 인상깊었던 걸까요?


첫 판매대에 오른 건 1000조각 퍼즐이 완성된 액자였습니다. 취미였던 터라 약 8작품 정도 제가 고른 도안으로 조각맞추고 액자까지 해둔 거였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물건을 비우고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면서 거실 벽면에 걸려 있는 퍼즐액자를 결혼사진과 밝은 느낌의 다른 액자와 바꾸게 되면서 그 퍼즐액자들이 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벽면에 달리 걸어둘 게 아니라면 당분간 보관하는 용도로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 작품은 해바라기가 들어오는 풍경이었습니다. 누구라도 가져가는 마음이었는지 액자와 도안 가격을 생각하면 4만원 이상인 물건을 아무리 전시용으로 상태가 좋다고 해도 중고마켓에 올린다고 생각하니 자연히 가격을 낮춰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처음 올리게 된 1000조각 퍼즐 액자는 15,000원이었습니다.


퍼즐액자에 대한 문의가 오기 시작하고, 뭐든 올리면 그러는 건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있어 집 근처에서 직거래하는 가격으로 올린 건데 누군가는 택배비를 포함한 가격으로 달라고 하네요? 아무리 중고거래라 하더라도 이건 사용된 게 아닌데 억울한 기분도 들고, 가격을 수정하기도 해서 결국 23,000원에 판매했습니다.  


이왕 내놓기로 한 물건이었지만, 그렇게 마수걸이를 하고 그 다음 거래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과 동시에 올린 다른 퍼즐액자는 지금까지 팔리지 않는 걸 보면서 공교롭게 그 도안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였기에 조금 더 가격을 수정했어도 어떻게든 팔릴 거 였다는 걸 시간이 지나 느끼기는 했습니다.


시작은 그러했으며, 그 어플을 가입하고 1주일도 안되는 시간에는 하루하루가 왜 그리 재미나든지요. 정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내놓는 거였지만 팔 물건을 찍어서 얼른 올리고 싶었고, 빠른 거래를 원했으며, 어떤 조합으로 올려야 사람들이 문의가 올까 생각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비우려고 시작한 중고거래가 때로는 사들이는 통로가 될지는 생각도 못했지만, 아이가 크는 속도가 있다보니 작년에 출산선물이나 동서한테 물려받은 봄, 여름 옷이 맞지 않고, 집 주변에서 한 벌당 2-3천원씩 내놓는 아이 옷들을 보면서 일단 저렴한 가격에 사러 가보기도 합니다. 그 가격에 내놓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 브랜드 옷들이었습니다. 아직은 제가 그 중고거래 어플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가격조차 의아하기만 했을 때였습니다.


물건을 비우는 용도로 활용하기로 한 중고거래는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들에게 꽤 유용한 어플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옷 용품을 미리 사들이는 격이 되어 생각지 않은 득템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워낙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래를 하는 거다보니 다양한 일도 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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