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를 시작하다
중고거래에 대한 생각은 여러번 바뀌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아나바다의 일환으로 나눠쓰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누군가가 필요없는 물건이 저에게 필요하다면 받아 쓰는 것도 제가 누군가에게 제 물건을 내어놓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반면 신랑은 이런 중고거래에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이 탄 물건이기에 다른 사람의 물건을 들이는 게 아니라는 주의였고, 그러한 생각은 어느정도 저에게도 유효했었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비슷한 시기에 둘째를 출산한 옛 고등학교 동창을 sns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임신 5주차부터 입덧 시작을 알리며 임신을 공개했었기에 저와 출산시기가 비슷할 거라 예상했고, 실제로 열흘정도 차이를 두고 출산을 하기도 했지요. 태어난 달은 다르지만, 같이 커 나가는 걸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 친구와 아이, 저와 제 딸 아이 넷이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한창 엄마에게 안겨 지낼 백일 갓 지난 아이들이라, 어르고 달래며 엄마들끼리의 그간 못 본 안부를 묻고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죠.
"이거 중고거래 통해서 산거야."
유모차에 달려있는 홀더, 그 친구는 경산모이다보니 저보다 육아용품에 대한 경험치가 더 있었습니다. 아이들용품은 중고거래 통해서 구매한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실제적인 중고거래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친구는 아이들 용품을 저렴하게 사고 내놓을 수 있다며 추천해줬었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신랑의 말이 유효하던 시기라 제 행동에 변화를 줄 만큼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중고거래 앱을 활용한 지 1달이 된거 같습니다. 한 중고거래 어플에 가입해서 거래를 시작하게 된 어떠한 계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 그 연결고리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있는 물건을 팔아야겠다 생각이 든 걸까요?
매일 소액을 절약하며 수천만원 모은 한 주부 유튜버의 생활팁이 갑자기 인상깊었던 걸까요?
첫 판매대에 오른 건 1000조각 퍼즐이 완성된 액자였습니다. 취미였던 터라 약 8작품 정도 제가 고른 도안으로 조각맞추고 액자까지 해둔 거였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물건을 비우고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면서 거실 벽면에 걸려 있는 퍼즐액자를 결혼사진과 밝은 느낌의 다른 액자와 바꾸게 되면서 그 퍼즐액자들이 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벽면에 달리 걸어둘 게 아니라면 당분간 보관하는 용도로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 작품은 해바라기가 들어오는 풍경이었습니다. 누구라도 가져가는 마음이었는지 액자와 도안 가격을 생각하면 4만원 이상인 물건을 아무리 전시용으로 상태가 좋다고 해도 중고마켓에 올린다고 생각하니 자연히 가격을 낮춰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처음 올리게 된 1000조각 퍼즐 액자는 15,000원이었습니다.
퍼즐액자에 대한 문의가 오기 시작하고, 뭐든 올리면 그러는 건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있어 집 근처에서 직거래하는 가격으로 올린 건데 누군가는 택배비를 포함한 가격으로 달라고 하네요? 아무리 중고거래라 하더라도 이건 사용된 게 아닌데 억울한 기분도 들고, 가격을 수정하기도 해서 결국 23,000원에 판매했습니다.
이왕 내놓기로 한 물건이었지만, 그렇게 마수걸이를 하고 그 다음 거래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과 동시에 올린 다른 퍼즐액자는 지금까지 팔리지 않는 걸 보면서 공교롭게 그 도안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였기에 조금 더 가격을 수정했어도 어떻게든 팔릴 거 였다는 걸 시간이 지나 느끼기는 했습니다.
시작은 그러했으며, 그 어플을 가입하고 1주일도 안되는 시간에는 하루하루가 왜 그리 재미나든지요. 정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내놓는 거였지만 팔 물건을 찍어서 얼른 올리고 싶었고, 빠른 거래를 원했으며, 어떤 조합으로 올려야 사람들이 문의가 올까 생각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비우려고 시작한 중고거래가 때로는 사들이는 통로가 될지는 생각도 못했지만, 아이가 크는 속도가 있다보니 작년에 출산선물이나 동서한테 물려받은 봄, 여름 옷이 맞지 않고, 집 주변에서 한 벌당 2-3천원씩 내놓는 아이 옷들을 보면서 일단 저렴한 가격에 사러 가보기도 합니다. 그 가격에 내놓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 브랜드 옷들이었습니다. 아직은 제가 그 중고거래 어플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가격조차 의아하기만 했을 때였습니다.
물건을 비우는 용도로 활용하기로 한 중고거래는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들에게 꽤 유용한 어플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옷 용품을 미리 사들이는 격이 되어 생각지 않은 득템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워낙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래를 하는 거다보니 다양한 일도 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