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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Jun 13. 2021

<N극과 S극 사이, 글을 쓴다는 건>

#3 화해조정 중

지난 주 위기맞은 부부네 이어 적습니다. 평소 하다 체로 글을 남기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게 쓰는 게 저의 마음상태를 툭툭 털어놓듯 글이 써지는 거 같습니다. 감안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에버랜드>

집을 떠나 환기를 시키는 건 필요하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신랑이 1박 2일 에버랜드 자유이용권과 근처 숙박할 수 있는 티켓을 예약한다. 그리고 월요일 휴가를 낸다. 위기의 지난 주에 부부 건강검진 예약이 있었는데, 사이가 좋았으면 같이 가서 받았겠지만, 시기나 상황이 아니었던 거 같다. 아이 둘도 시댁에 맡겨야 하는데, 이제 갓 돌을 지난 둘째는 엄마 손을 타지는 않을테니 크게 걱정은 안되었지만, 첫째는 길면 반나절의 시간을 잘 있어줄지. 시댁에서는 아이가 원하면 핸드폰을 손에 쥐어주기는 했는데, 그게 내심 싫으면서도 신랑과 같이 간 날에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신랑과 사이가 좋지 않은 마당에 시댁에 아쉬운 소리 하기도 원하지 않고, 전날 잔소리하는 남편에 오만정이 떨어지며 스트레스를 최고조로 받고 있어서 건강검진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결국 그 전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화장실을 오가며 장을 비워내는 신랑 혼자 건강검진길에 오르고, 가면서도 같이 못가서 아쉬운지 나에게 화가나는지 잔소리는 이어진다. 

이대로 같이 못 살겠다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다. 청결이 최우선인 신랑 내 눈에는 미처 보이지 않은 것들로 신랑은 스트레스를 받고 잔소리가 이어진다는 게 우리네 불협화음이다. 반면 신랑은 출근준비하며 전날 입어둔 옷가지들 이곳저곳에 늘어놓고, 전날 신은 신발은 숨겨두기라도 한 듯, 예상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기도 일쑤이다. 눈에 보이면 보이는대로 치울 뿐, 나는 별다른 잔소리는 하지 않는데, 워낙 나에 대한 잔소리와 스트레스를 푸는 거 같은 말투에 하루는 당부의 말도 해본다. 

다용도 실에 세탁물 분류해서 넣어만 둬

그간 살아온 습관이나 우선순위를 달리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거 같다. 그는 늘 손 가는 대로 물건을 두고, 나는 치운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정리가 안 되는 사람이야

한 번도 잔소리하거나 그를 깍아내리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그가 나에게 말하는 화법에는 사람을 무시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는 그게 싫고, 본인이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는데 꼭 잔소리가 먼저 오고, 사람 기분 망치고 나서도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는 이어지고 있다. 

주말 나들이로 가족사진을 남기기는 해도, 예전에 해오던 습관의 일부일 뿐 그 모습이 완전한 화해를 말하는 건 아닌거 같다. 겉 보기에는 그럴 듯한 네 가족의 사진. 

지난 주는 나도 반성활 시간이 된 거 같다. 

둘째 낳기 전부터 맡아오던 시동생의 일이 있었는데, 일상에 크게 방해받지 않는 선이라서 아이를 낳고나서도 지금껏 2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요일에 따라 업무량은 달라서 행여 조금 늦게 일을 시작하거나, 업무량이 많은 날은 두 아이 육아에 정신이 반 나갈 거 같다. 특히 둘째는 내려놓으면 울어서 그 아이를 안고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면 대체 얼마나 번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양육비처럼 다달이 내 손에 얼마간 돈이 생기니 아이 책도 사주고 놀잇감도 사줄 수 있어 그걸 놓지는 못하겠다. 

며칠 전 추가 업무를 부탁해온다. 

업무를 하는 게 결국 내 시간을 들여 하는 거라, 어찌 생각하면 직장에 근무하지 않는 한, 딸 둘을 집에 놔두고 잠깐이나마 바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몇 이나 될까. 그런 생각하면 집에서 아이도 내 눈 앞에서 보면서 일을 한다는 건 감사한 일인데, 아이가 둘이 되니 일은 일이지만, 결국 육아하는 시간을 쪼개서 한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 첫째와 둘째가 낮잠을 잘 때는 나도 체력보충 시간이 필요한데,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에 일을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저녁 때 다가와서 준비하다보면 이미 진이 빠질 때가 있다. 저녁 9시가 되지 않아 방전이 된 상태에서 백일이 안 된 아이가 계속 울어버리면, 버겁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통해 나의 상황도 봐가며 낮잠도 자야 한다는 걸 엄마들은 알지만, 아빠들은 논다고 생각하는 오해가 생기는 거 같다. 

이번 주는 이상하리 고요했다. 물론 추가 업무를 받으며 해야할 일이 늘어나 정리하고 적응하는데 3일 걸리기는 했지만, 일이 늘어났다기보다 어차피 하루 내 해야 하는 업무를 2번 나눠 하니 일이 늘어난 건 맞지만 전보다 시간 쓰기가 효율적인 거 같다. 

그렇게 온전히 나만의 시간도 생겨보니 그간 어떻게 육아를 해온건가 싶을 정도로 한가한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현관 입구도 청소할 생각도 하고, 주방 조리기구 위치도 손이 가기 편하게 바꿔볼 생각도 한다. 집에서 보내는 물리적인 시간은 많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그 틈새 시간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하리 이번 주는 그게 보이는 거 같았다. 

그렇게 금요일이 오고, 주말이 지나간다.

가능하면 주말이 지나기 전에 글을 올리려 몇 자 적으며 마음을 정리했지만, 앞으로 몇 차례 폭풍우가 더 지나갈지 이미 한 차례 지나간 태풍인지 판단하기에 우리네 부부가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중요했다. 토요일은 끝나지 않는 폭풍인 거 같았고, 일요일은 평소 신랑 성격대로 아쿠아리움을 예약을 했다. 물론 늦은 오후에 움직이려니 시간이 빠듯해서 결국 다른 곳으로 다녀오기를 하지만, 이제서야 서로 한 발씩 물러서 있는 느낌이다. 

환기를 하고 오니 다시 보이는 것들

다음주는 어떤 상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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