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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Jul 11. 2021

<N극과 S극 사이>

#6 회사의 허락 下 결혼

전직 동료 sns에서 리조이닝 소식을 접한다. 

카타르를 떠나 한국에서 살아온지 6년 



결혼도 하고, 아이 둘이 생긴 마당에 

전직이라면 다시 비행할 수도 있다?



잠깐 여러 상황을 생각해보게 된다.



하영아, 엄마가 1달에 한 번 한국에 올 수도 있어.

하영이가 하나한테 숫자 세기도 알려주고, 잘 돌봐줘야해.



첫째가 무슨 상황인지 알기나 할까.

그렇게 몇 마디 뱉고 보니 신랑이 한 마디 한다.



집에서 청소나 해



그런 잔소리 싫어 떠나있고 싶은건데 

언제는 돈 벌러 나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혹시나 진짜 리조이닝 할 거 같은가



부드럽게 말하면 얼마나 좋은가.  

한국에 있으라고 돌려 말하는건지. 



얼마나 번다고 다시 간다는 거야. 

집에서 청소나 해.



리조이닝하면 카타르 도하에서 숙소 생활을 하고, 신입생은 2개월 교육이지만 경력직 리조이닝은 그보다 적은 주수 교육받고 실전으로 투입될 거 같다. 



이 나이에 내가 미혼이여도 리조닝이 망설여질까? 



이전 글에서 외국사람과 결혼한 동료에 대해서 몇 자 적었지만, 외국항공사에는 서른 전후로 조인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외국항공사는 나이 뿐 아니라 채용에 열려 있는 편인거 같다. 비행을 하며 미혼모, 게이 등 출신국, 인종을 불문하고 사람에 대한 스펙트럼이 자연히 넓어지는 곳이었음을 인정한다.  



나는 2010년 5월 나이 27살에 입사하고, 2년 뒤 결혼을 한다. 

당시 카타르항공은 입사 3년 이내에 결혼하려면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카타르항공은 통금시간이 있으며,

오프나 휴가 때 한국을 가야하면 출국 허가증(exit permit)을 받아야 하며,

결혼도 양가 부모님 허락은 둘째치고 회사의 허락이 필요한 곳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숙소제공하고 교육 시켜놓으니 결혼하며 그만둔다 소리 나올까봐 허락이라는 방패를 내미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도 어렵게 들어와서 쉽사리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3년이 지나면 보통 허락을 해준다는데?



그 때는 결혼, 회사, 허락이 온통 머릿 속에 있을 때라 비행할 때마다 동료에게 물어보니 그런 말이 돌더라. 당시 카타르항공에서는 가족 외 원하는 친구를 정해 할인 티켓을 줄 수 있는 버디티켓(buddy ticket)이 없을 때라, 결혼 허락을 받는다는 건 가족으로 이름으로 올리고, 항공권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허락 안 받고 하면 되지. 



결혼도 중요하고, 내 직장과 누리는 혜택도 중요하기에 

현실과 서류상 합치는 1년 뒤 하기로 한다. 



2012년 5월 27일

나는 입사 2년차, 15일 휴가에 맞춰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렇게 1년이 더 지나 CEO에게 편지를 써서 나의 상황을 알리고 

서류상 결혼 허가를 받기로 한다. 



편지를 보내놓고 혹시 그걸 이유로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닐지.

여럿 생각이 들더니, 일주일 정도 지나서였나.



허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여행이나 원없이 하고 내려가자. 



아시아, 중동, 유럽, 미국까지 4일 오프와 휴가 때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하면 그는 기가 막히게 날짜를 맞추었다. 


그는 프리랜서, 자유인이었으니.



지금 코로나가 이렇게 장기화될지 몰랐지만, 

티켓을 사용할 수 있었던 그 때부터 퇴사하기까지 1년 반 정도는 매달 티켓 혜택을 톡톡히 누린 거 같다. 



그 때도 여행하며 안 싸운 건 아니었지만, 비행을 계속 하는 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물리적 거리감이 주는 애뜻함은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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