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스민 Oct 15. 2021

체류지ㅣ밀라노ㅣ프란체스코의 초대

이탈리아 섬 출신, 프란체스코

 이탈리아 섬 출신인 부기장 프란체스코(Francesco), 비행내내 플레인(plain) 음료만을 마신다. 같은 차를 마시더라도 캡틴은 꿀도 넣어야하고, 레몬도 넣어 달란다. 그리고 꼭 반 마시다 만 컵은 돌려주며ㅋㅋㅋ 또 다시 같은 차를 주문하는데, 프란체스코는 커피라도 설탕이나 크림 안 들어간 블랙커피, 차를 마신다면 역시나 설탕이나 우유 안 들어간 블랙 티를 선호한다. 


밀란에 랜딩한 시간이 오후 6시 정도, 가볍게 출출함이 몰려온다. 

"내가 차를 렌트할 예정인데, 최대 4명까지 가능해. 저녁 먹으러 갈 사람은 현지시간으로 8시에 로비에서 보자."


마침 한국인 부사무장도 있어 같이 나가도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한국어로 수다 떨 겸 둘이 저녁을 먹어도 좋겠어서 어떻게 하나 싶은데, 구김살 없는 얼굴의 프란체스코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정보를 일러준다. 확실히 면전에서 이야기를 전해듣는 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같이 갈까?" 


 "그래볼까요?" 

고민할 틈도 없이 그의 제안에 그렇게 합류하기로 하니, 안나와 말릭, 나와 JY언니 프란체스코가 얘기한 맥시멈 4인의 멤버가 구성된다. 


 "이탈리안 음식하면 파스타나 피자만 생각할지 모르겠네. 이탈리안 요리에는 해산물도 다양하고 맛도 좋아." 


섬나라 출신답게 한껏 열을 올리며 말문을 튼다. 로컬 레스토랑이다보니 메뉴는 당연히 이태리어로 되어 있다. 그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하나가 전체의 의견을 아우르는 힘이 생긴다. 다시 한번 언어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다. 일일이 메뉴에 나온 요리와 들어가는 재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추천요리부터 레스토랑의 추천메뉴까지 반영되어 오늘의 저녁은 섬나라 출신 입김 그대로, 애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까지 해산물 특집정도 되겠다. 애티파이저는 주문과 동시에 푸짐하게 나오니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해 놓은 듯 하다.


"요리 진짜 빨리 나온다."


"애피타이저잖아." 


애피타이저는 미리 준비가 되어 있나보다. 아래 사진상으로 3번째, 4번째, 6번째(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나온 음식인데, 관자에 올리브 올라가져 있고, 새우를 소스에 묻힌데다, 홍합은 프란체스코가 독점하다 싶이 하니 정말 좋아하는 듯 싶다. 









  

사진상 2번째 요리는 야채튀김정도된다. 찹쌀떡을 튀긴 것 같은 고소한 맛도 나는 게 있는가 하면, 호박꽃을 튀긴 거라든가 새우를 잘게 다져 튀긴 거라 생각한 것도 꽤 아삭하니 맛이 난다.


"이거 새우 맞지?" 색상만 봐도 약간 불긋하다.


"그거 쌀이야." ㅋㅋㅋ


해산물 특집이니 모든 게 해산물일 줄 알건만, 졸지에 쌀과 새우를 구분 못하다니. ㅋㅋㅋ   



아무리 만찬이라도 배가 불러오는 건 프란체스코도 마찬가지인지, 카르조네의 반 정도를 남기고 더 이상 손을 데지 않는다. 내가 주문한 것도 역시 카르조네, 어느 순간부터 조금 구체적으로 약 1~2달 전부터 그 모양새에 반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간다면 즐겨 주문하고는 한다. 모짜렐라와 리코타 치즈가 들어가 모짜렐라는 그 쫄깃한 식감 그대로 마치 피자를 먹는 듯 하지만, 모양새는 피자를 반 접어놓은 거 같다. 


"디저트 먹을 사람?" 


배가 부르다며 카르조네의 반을 남기더니 디저트라고 불리는 건 먹을 수 있나보다.ㅋㅋㅋ 유일하게 프란체스코만이 디저트를 먹는 여유를 보이고, 잠시 뒤 테이블로 전달된 한 통의 음료, 딱 봐도 레몬향이 묻어 나올 듯 하다.


"무알콜이야." 


그의 말대로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지만, 알콜 향은 올라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노랗게 물들어 있는 그 색감 때문이라도 맛이 궁금하다.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조금 마셔 보는데 첫 맛은 매우 달달한 레몬 주스이다. 하지만 목구멍으로 삼켰을 때 혀 끝으로 알싸하게 올라오는 알콜, 한국의 레몬소주다. 다만 레몬의 농도가 상당히 진한, 그래서 그 달달함에 곧 이어지는 알콜의 쌉싸름함은 생각도 못할 정도이다. 


"너네 지금 배부르잖아. 이걸 마셔야 소화가 금방 되는거야." 

"네가 무 알콜이라며, 이거 알콜 진짜 강한데?"

"응, 약 35도 되거든."ㅋㅋㅋ

일단 맛이라도 보게 해서 신이 난건지, 무알콜이라는 디저트 주(酒)의 정체는 소주보다 두 배 강한 알콜로 변신한다. 프란체스코 아니었으면 맛보지 못했을 해산물 향연에 레몬소주까지 :-) 이런 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는 재미 아닐까. 


이전 28화 여행ㅣ따까이따이의 메아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