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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May 06. 2020

08. 그 눈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어요

전직 카타르항공 승무원 때 적어둔 글이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샘플로 제시했던 이야기입니다.



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 시리아, 이스라엘, 이란의 경계에 있기에 언뜻 생각해서는 중동 문화권이라 보수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꽤 열려 있는 문화권이라고 들은 적 있습니다.


중동의 오아시스

중동의 파리


바로 베이루트의 애칭입니다. 도하에서는 약 3시간 내외 걸리고, 베이루트로 착륙할 때 보이는 전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조종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겠지만, 활주로를 앞에 두고 한 쪽은 지중해 바다가 펼쳐지고 한쪽은 집들이 옹기종기 몰려있있는 풍경이라고 합니다.



 나라별로 도시별로 사진 정리를 하다가 보니 해가 진 다음에 찍힌 사진이 있는가 하면, 낮에 찍힌 사진도 있는데, 베이루트 공항 크루 라운지 사진도 몇 장 보이는 걸 보니 아침에 일찍 출발해 약 5시간 정도 베이루트 공항에 체류하고 돌아온 때인가 봅니다.
 

 보통 턴 어라운드(turn around) 비행은 체류지에 도착해서 승객들이 모두 내리면 한 시간 안으로 기내 청소 및 좌석 보딩을 마칩니다. 그리고 다시 도하로 돌아오기 마련인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베이루트에서 5시간 정도 체류라 하루를 다 잡는 스케줄이었습니다. 체류하지 않고 돌아오는 비행은 체류수당이 없기 때문에 승무원이 선호하는 비행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두 곳정도 괜찮은 노선이 있다면 바로 베이루트와 아테네 비행이기는 합니다.   


 기내식이 맛있습니다.


이태원 두바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주방장 출신이 시리아였습니다. 그 때는 알지 못했지만, 시리아도 중동 내에서는 음식이 맛있고 풍미가 좋기로 소문난 곳인데, 레바논 역시 으뜸으로 꼽습니다.


견과류 과자들을 보면 마치 터키에 와 있는 거 같습니다. 물론 중동 문화권의 지대적인 영향의 시초는 터키겠지만, 크루들의 말을 빌리면 터키 드라마가 중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문화만큼 강력한 무기가 있을까요?


한국의 드라마나 기타 문화사업이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다면, 중동의 열풍은 터키는 아닐까 싶습니다. 터키 탁심거리에서 볼 듯한 과자들, 그 안에는 아낌없이 캐슈너트,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몬드, 호두 정도 흔한 견과류이겠고 피스타치오는 생소할테지만 터키에서는 손에 들고 다니며 간식으로 피스타치오를 즐겨 먹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선물용으로 달달한 디저트를 준비하는 이 곳, 이들의 사랑도 낭만스럽지는 않을까요?

레바논 사람들의 입담이 좋은 편이라, 바람둥이가 많다고도 하는데 사실일까요?


면세점을 돌아다니다보니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장식품이 보입니다. 사람의 손바닥을 뒤짚은 형상으로, 손바닥 안에 있는 눈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눈이 나쁜 기운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어요.”


최근에 루마니아 크루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문화권에서는 이런 게 있어요. 제가 누군가를 칭찬하면, 예를 들어, 이쁘다, 무엇이 좋아 보인다 등의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말들,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은 몸에 아픈 증상이 온다고 해요."

 "칭찬을 듣고 아프다고요?"

 "네.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이런 저런 사람들이 쳐다본다는 거잖아요."

 "흠. 그런데 저도 길가면서 별 다른 의도없이 사람들을 보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기는 한데, 사람들의 큰 관심을 좋게 보지 않아요. 그게 단순한 칭찬이든, 부러움의 눈길이든 말이죠."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런 생각에서 비롯해서 부정적인 기운을 막기 위해 이런 상징이 자신을 보호한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아버지여 외치고, 입으로 퉤하며 세 번 뱉는 시늉을 해요."

 "아버지는 신을 얘기하나보네요?”

 "그럴수도 있죠. 나쁜 기운을 거둬달라는 거에요. 그런 의식적인 표현을 하면, 사람들은 신기하게 아프지 않다고 느끼죠."


처음 들어보는 문화이야기

다만 도하에 살다보니 이 손바닥 문양을 자주 마주하게 되고 단순히 부정적인 기운을 차단하기 위한 거라고 알고는 있는데 이렇게 들으니 흥미롭습니다.
 


중동비행은 퍼스트 클래스이기 때문에 비지니스 클래스와는 다른 서비스가 추가가 되는데, 바로 아라빅 커피입니다. 다음 이야기에 이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episteme8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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