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한 안면도 체험
새벽 6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타닥타닥 봄비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랑 조개 캐러 가기로 했는데...’ 걱정스러운 맘에 잠이 달아나 버렸다. 가족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글을 조금 쓰고 아침을 준비했다. 여행날 아침은 역시 라면!! 아이들은 짜파게리와 김에 싼 밥, 아내는 깻잎 라면을 만들어 주었다. 첫째는 김. 밥만 막고 둘째는 짜파게리만 먹는다. 더 놀라운 건 둘째가 짜파게리 한 봉지를 혼자 다 먹었다는 사실!! 언제 이렇게 식성이 좋아졌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가족들이 밥을 먹고 쉬고 있을 때 혼자 우산을 쓰고 바닷가로 가보았다. 비옷을 입고 조개 캐는 분이 보였다.
“많이 잡히나요?”
“물이 더 빠져야 돼요. 한 시간 정도 더 있다 나오세요.”
생각보다 비가 적게 와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들어가 만발의 준비를 했다. 아이들 옷을 두 겹으로 입히고 나는 어제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응?!). 한 시간 뒤. 용감하게 숙소를 나섰으나 한 시간 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세차게 퍼붓는 비에 고전했다. 힘겹게 바닷가에 도착했는데 이런!!! 바닷바람 역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몰아쳤다.
카를로스의 ufo프리킥처럼 측면에서 감아 들어오는 비바람 때문에 옷은 이미 다 젖어버렸고 첫째는 우산이 뒤집힌 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조개는커녕 조개 밥이 될 것 같은 두려움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옷이 젖거나 말거나 마냥 신난 둘째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물웅덩이에서 찰박찰박 놀이를 했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달팽이관을 잘 못 건드렸는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을 질질 끌다시피 숙소로 돌아왔다. 아내에게 일주일 동안 조갯국만 먹을 각오하라고 큰소리 떵떵 쳤었는데 그녀 앞에서 패잔병처럼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ㅠㅠ
조개를 하나도 캐지 못한 사실 때문에 기분이 다운됐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나서 소리치는 아이들을 보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이 얼마나 단순한가! 불과 몇 분 전에 조개를 못 캤다고 짜증이란 짜증은 나에게 다 쏟아내더니!!! 체크아웃하기 전에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갑자기 엘베가 멈췄다. 난생처음 엘베에 갇혔다. 겁이 나기보다는 웃음이 났다. 이 진기한 경험을 아이들이랑 같이 왔어야 했는데(?)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비상 인터폰을 눌렸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전기가 들어오더니 엘베가 다시 작동되었다. 1층으로 내려와 분리수거를 하고 걸어서 방으로 돌아갔다. 아빠가 엘베에 갇히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오늘따라 봄비가 유난히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