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남편이 되자!
결혼 전, 특별한 프러포즈를 하지 않았다. 생전 이벤트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 어색하기도 했고 누가 훔쳐보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냥 소박하게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춰 꽃 한 다발과 정성스레 쓴 손편지 몇 장을 건네주었다.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해 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꽃을 받은 사람이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즐겁게 한다는 사실을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기에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꽃을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두 아이를 낳고 셋째가 나올 시기가 될 동안 단 한 번도 꽃을 전해주지 않았다. 소중한 보물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아껴줘야 더 빛을 발하는 법인데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익숙해서,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도 되는 줄 알았다.
아내는 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프리지어를 제일 좋아한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연둣빛 꽃망울이 앙증맞기도 하고, 활짝 피면 노란색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퍼져 냄새에 대한 부담도 없다. 오히려 미향 덕분에 꽃을 더 가까이하게 된다. 프리지어는 봄에 피는 꽃이라 하나 둘 개화하는 것을 보면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어제 갑자기 추워지긴 했지만 요즘 들어 따뜻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주위를 둘러보면 싱그러운 초록빛을 발견하기 쉽다.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어느덧 봄이 스며들었다.
프리지어의 꽃말은 "천진난만과 무언가를 청함"이다. 다른 꽃말도 있지만 나는 이 둘을 좋아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록색과 노란색, 그 경계에 있는 연두색, 세분화하면 더 다채로운 색이 가득하다. 이런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청함"이라는 꽃말 덕분에 프러포즈할 때나 새 학기를 시작할 때 자주 선물하기도 한다. 나에게 무언가를 달라고 갈구하는 게 아니라 꽃을 받는 사람이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기를 바란다는 연민과 축복의 감정이 가득 담겨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아내에게 꽃을 전해 주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프리지어를 받아 든 아내는 꽃보다 더욱 환하게 미소 지었다. 곁에 있던 아이들도, 그리고 나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