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도 꽃이다

아이 눈으로 보면 모두가 예뻐 보인다

by 팥쥐아재


둘째는 아내님을 닮아 꽃을 좋아한다. 집 주변에 가득한 철쭉이 꽃을 피우기 전부터 유심히 관찰하던 아이다. 꽃망울이 생겼을 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언제 피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더니 마침내 꽃이 피자 신나서 팔짝팔짝 뛰기까지 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아침저녁으로 꽃만 보면 상글벙글하다. 덩달아 나까지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언젠가 책을 읽어 주면서 식물은 동물처럼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똑같이 생명을 가졌고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길거리에 보이는 모든 생물들은 생명을 가졌고 그 생명은 존재 자체로도 가치 있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아직 어려서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하고 그저 흘러지나 가듯 말했다. 실제로 예쁜 꽃만 보면 꼭 하나씩 꺽어들고 다니는 터라 더 깊이 이야기 하진 않았다.



여느 날처럼 아이들과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한참 동안 킥보드를 타며 놀던 둘째가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더니 손을 펼쳐 보라고 했다. 손바닥 위로 꽃 한 송이를 올려주면서 "아빠 이거 땅에 떨어져 있던 거다. 그래도 예쁘지?"라고 말했다. 활짝 핀 꽃들이 예뻐서 꺾어 왔나 싶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아이는 떨어진 꽃잎을 주워 왔던 것이다.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 떠올렸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떨어진 꽃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가져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손바닥에 올려진 꽃은 여느 꽃들과 다름없이 향기를 품고 있었다.


이전에 나는 떨어진 꽃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혹여나 관심을 가졌다면 그건 생명을 다해가는 존재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밖에 되지 않았을 테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를 통해 본 낙화는 여전히 아름답고, 누군가에게 기쁨과 온기와 사랑을 주는 존재였다. 아이를 통해 또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는 언제나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생명의 소중함, 존재의 아름다움, 느림의 미학, 그리고 내 안에 꼭꼭 숨어있던 감정을 발견과 일상의 알아차림까지!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 또한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더 아이와 가까이 지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둘째에게 소홀했었다. 온갖 투정과 말썽만 부린다고 여겼다. 하지만 내 편견과 아이에 대한 오해를 비워내니 남는 건 역시나 사랑이다.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예뻐 보이지 않는 구석이 없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야지. 지금의 알아차림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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