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 동화작가
첫째는 꿈이 많다. 곤충을 좋아해서 곤충박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동물이 좋다며 동물사육사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아빠가 돈 벌러 회사에 가지 않도록 돈 만드는 기계를 만드는 발명가가 되고 싶었다가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가족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며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나와 다른 점은 꿈이 바뀐다고 해서 이전에 품었던 꿈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쌓여간다는 것이다.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았고 꿈을 단 하나만 가져야 된다는 편견을 가지지도 않았다.
최근 아내와 함께 만든 동화를 아이들과 검수하고 있는데 첫째가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엄마, 아빠랑 같이 동화를 만들고 싶어. 나도 동화작가 할래!"
아이에게 새로운 꿈이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내가 늦은 나이(?)에 동화작가라는 꿈을 가진 것도 사실 첫째 덕분이다. 책을 좋아했던 아이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울 때면 항상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었다. 처음에는 바로 직전에 읽었단 책 내용을 다시 읊어주던가 기억 속에 있는 전래동화를 되뇌어 들려주었다. 차츰 아이가 원하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노트에 옮겨적으며 수정해나갔다. 처음에는 엉망진창이었다. 아이들 눈높이를 모르니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로 가득했고 문구 역시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운 좋게 문창과를 나온 지인에게 짧게나마 지도를 받을 수 있었고, 그 이후로 동화 강의와 세미나를 찾아다니며 작가님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매일 동화책을 읽고 필사하는 것도 잊지 않은 결과 아내와 함께 유튜브에 올려 이웃들과 공유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아직 내 이름으로 된 동화책을 출판하기에는 까마득히 멀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작은 소명의식이 있기에 그 과정조차 달콤하다. 그리고 이제는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도 함께 그 꿈을 이뤄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이 복받쳐 오른다.
최근에는 아이가 아이디어를 줘서 ‘곤충들의 공사장’이라는 동화를 만들고 있다. 포클레인 장수풍뎅이, 지게차 사슴벌레, 롤러 쇠똥구리, 크레인 거미 등 곤충들의 특징을 잘 살려 캐릭터를 잡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건설사에 다니기 때문에 스토리 쓰기도 수월(?)했다. 동화에 들어갈 그림은 첫째가 그리기로 했다. 주말에 집에 들렀을 때 몇 마리 곤충을 그린 걸 봤는데 제법 야무지게 그렸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만의 감성으로 그린 그림을 참 좋아한다. 정말 멋지게 잘 그리지 않아도 어떤 명작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동화를 완성하게 되면 어떤 작품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이가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을 바라보는 건, 내가 꿈을 꾸고 이루어가는 것만큼 보람차고 즐거운 일이다. 아이가 더 많은 꿈을 꾸고 실현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함께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