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눈으로 바라본 세상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나에게 꽃은 사치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시들어버리는데 비싸게 값을 치러야 하는, 비효율적인 '물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를 통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꽃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존재였다. 뿌리가 없음에도 꽃병에 물을 담아 넣어주면 싱그러운 꽃망울이 터져 금세 아름다운 꽃을 피웠고 방안 곳곳 그윽한 향기를 쌓기도 했다. 그에 비례하여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는 아내 모습은 나에게 더없이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아내를 닮아서 그런지 아이들도 꽃을 좋아한다. 지나가다 보이는 꽃들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아본다. 이름 모를 꽃이 있으면 얼른 검색해서 무슨 꽃인지 알려달라고 닦달한다. 심지어 첫째는 마치 꿀벌이나 나비가 된 것처럼 혀를 날름 거리며 맛을 보기도 한다. 해맑게 웃으며 꿀맛이 난다고 했다. 설마...... 그때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니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다. 다음에 산책할 때는 나도 한 번 맛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요즘 길거리마다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코스모스, 목련, 국화, 도라지꽃 등 참으로 다양한 꽃이 활짝 피어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으니 비싼 값을 치르며 여행하지 않아도 훌륭한 휴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걷는데 둘째가 말했다.
"우와! 정말 예쁘다!"
"어떤 꽃 말하는 거야? 이 국화가 예뻐?"
"아니, 꽃 말고 풀 말이야!"
아!!! 나는 여태 꽃만 보고 있었는데 아이는 자연을 고스란히 눈에 담고 있었다. 아이 시선을 따라 풀을 자세히 쳐다보니 초록빛, 연둣빛, 노랑빛, 참으로 다양한 색이 어울려 있다. 아이 말처럼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흔하디 흔한 풀조차 예쁘게 보인다는 아이 말에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 역시나 오늘도 아이를 통해 성장한다.
금은보화가 평생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지만 자연은 다르다. 들판에 흔하게 핀 꽃에서, 그 꽃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거들어 주는 풀에게서도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가족들 눈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