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장애, 성장
첫째가 그토록 잡고 싶어 하던 사마귀를 잡았다. 처음 잡은 사마귀는 아직 성충이 되지 않았기에 놓아주었고, 두 번째로 잡은 사마귀는 우화 부전으로 날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곤충에게 날개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행동반경을 비약적으로 늘려 먹이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사마귀는 날개에 장애가 있어 이동이 제한되었다. 성충까지 성장한 것 자체가 생존력이 뛰어나다는 것의 반증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생존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사마귀가 안쓰러웠는지 첫째는 기꺼이 사마귀를 키우겠다고 했다. 매일 어린이집을 다녀오면 사마귀를 위해 먹이를 잡아주고 집도 깨끗이 청소해주겠다고 했다. 아이가 약속을 잘 지킨 덕분에 사마귀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먹이로 잡혀온 메뚜기들은 불쌍하지만;;; 한 번은 아내님이 메뚜기가 불쌍하다며 사마귀를 그냥 풀어주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엄마, 우리가 밥 먹는 것처럼 생태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야. 메뚜기가 불쌍하다고 풀어주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수 있어."라고 답했고 아내님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첫째가 메뚜기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지천에 깔린 메뚜기를 잡을 때도 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성충이 되지 않은 벌레는 잡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암컷을 잡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생태계를 위해 최소한으로 벌레를 잡는 것이다. 아이는 성충이 된 수컷만 잡는데, 그들은 (대부분 짝짓기를 마치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에 사마귀 먹이로 잡아주기 좋다고 판단해서다. 그리고 잡은 메뚜기에게 "미안해, 고마워"라고 꼭 말하고 있다. 사마귀 먹이로 잡은 건 맞지만 어쨌든 생명을 가진 존재고, 그 생명을 기반으로 누군가는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가 장애를 가진 사마귀를 키우는 과정을 존중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더 성장하고 세상을 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곤충이나 동물을 잡았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 그들을 가지고 놀았다(3층에서 개구리를 점프시키기도 했고, 짝짓기 하는 곤충을 더럽다고 마구 짓이기도 했다 ㅠㅠ). 그에 비하면 아이는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며 그들을 존중하고 있다. 미래 곤충학자와 사육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