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아이 마음
첫째는 종이접기를 좋아한다. 한동안 종이 접기에 빠져 ‘네모 아저씨’를 정주행 했던 기억이 난다. 손에 땀이 많은 편이라 종이접기도 힘들 텐데 야무지게 잘도 접는 아이가 대견스럽다. 나이가 들면서 다한증이 조금씩 나아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것에 금방 빠져서 그런지 한동안 종이 접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간혹 둘째가 접어달라는 비행기나 배를 접어주는 걸 본 적은 있으나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직도 수북이 쌓인 색종이가 주인을 잃은 것처럼 보여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지난 주말 내가 집에 도착하자 첫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안겼다. 그리고 나에게 줄 게 있다며 가방을 뒤졌다. 공부방에서 만든 거라며 나에게 색종이를 건넨다. 초록색 몸에 엉덩이에서는 밝은 불빛을 내는 반딧불이다. 동글동글 두 눈도 예쁘게 그려 넣었다.
특이한 점은 벽에도 곧잘 붙는다는 것이다. 혹시나 자석을 넣었나 싶었는데 자석이라면 플라스틱에 붙을 리가 없다. 자세히 보니 테이프를 돌돌 말아 붙여 놓았다. 덕분에 어느 곳에든 찰싹 달라붙어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몇 번 붙였다 떼면 금방 그 기능을 잃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재치가 돋보이는 반딧불이었다.
책을 읽다가 아이가 준 상어도 발견했다. 백상아리, 청상아리, 마귀상어, 환도상어. 마음에 들어 책갈피로 만드려고 책에 꽂아 놓았던 걸 이제야 발견했다. 조만간 코팅해서 책갈피로 만들어 아이에게 보여줘야겠다. 예쁜 책갈피 덕에 책 읽는 즐거움도 더해질 듯하다. ^^
아이는 무언가를 만들어 선물해 주는 걸 좋아한다. 아이에게 받은 것들을 한 번씩 볼 때면 자주 보지 못하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만들었을까? 아니면 멀리 떨어져 고생하는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자라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그래서 더 아쉽다.
이번에 집에 갈 때는 아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려고 한다. 제일 좋아하는 건 포켓몬스터인데 그와 관련된 걸 선물할지, 좋아하는 책을 선물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첫째만 주면 둘째가 서운해 할 수도 있으니 둘째 것도 같이 골라야겠다. 아내님에게 타박받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물건을 잘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