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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Sep 29. 2022

우리 집 파브르들

숲 속의 사냥꾼 관찰기


요즘 날이 선선하고 숲에 곤충이 많다 보니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간다. 아이들이 유독 사마귀를 좋아해 주말 내내 사마귀를 잡기 위해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운이 좋게도 아이들이 원하는 넓적 배 사마귀를 두 마리나 잡았다. 서로 사마귀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첫째와 둘째가 사이좋게 놀 수 있게 되었다. 셋째도 곤충들에 흥미를 느끼는지 형아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힘에서 안 되니 울먹이며 나를 보고 도와달라는 애절한 눈빛을 발사한다. ^^;;



사마귀는 숲 속의 사냥꾼이다. 어찌나 날렵한지 눈 깜짝할 새 먹이를 낚아챈다. 앞발이 유난히 크고 힘이 세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처럼 단단한 껍질을 가지지 않은 곤충들은 죄다 사마귀 밥이 되기 십상이다. 비단 곤충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곤충을 잡아먹는 개구리는 물론 하늘을 나는 벌새나 물에 사는 물고기조차 잠시 틈을 보이면 사마귀 밥이 되고 만다.


그런 사마귀에게 이렇게 좁은 채집통은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곤충들이 멀리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사냥 성공률이 훨씬 높아진다. 둘째의 성화에 뜨거운 가을 햇살을 맞으며 풀메뚜기, 섬서메뚜기, 방아깨비를 엄청 잡아 왔더니 완전 노났다. 메뚜기 한 마리 사냥에 성공한 사마귀가 욕심이 났는지 순식간에 다른 한 마리를 더 잡았다. 그리고는 먹방을 찍는다. 마치 셋째가 양손에 음식을 들고 폭풍 흡입하는 모습을 연상케 해서 아이들 틈에 껴 나도 한참이나 관찰했다.


사마귀들은 암컷인데 아이들이 언제 알을 낳냐고 물어본다. 상태를 보니 짝짓기를 하지 않은 듯했다. 추가로 검색을 해보니 짝짓기를 하지 않아도 무정란 알집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대로 둬야 할지 고민이다. 분명 아이들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내년에 사마귀 유충들이 나오는 것까지 기대하고 있을 터였다. 조만간 수컷을 잡기 위해 풀숲을 샅샅이 뒤져야 할 거 같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


그렇다고 마냥 싫은 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풀숲을 헤치다 보면 어릴 적 산속을 누비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함께 놀던 친구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어쨌든 아이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주말을 보낸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세상을 달리 보는 법을 배우며 오늘도 성장한다(곤충박사가 되어 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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